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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 지향한 행동주의 작가 고 선우휘씨의 문학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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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2일 향년64세로 타계한 선우휘씨는 선이 굵은 리얼리즘문학을 추구해온 행동주의적작가였다.
평북 정주가 고향인 그는 43년 경성사범학교 본과를 졸업한뒤 군장교로 복무중이던 55년 「신세계」지에 우화적인 작품『귀신』을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데뷔했다.
57년에는「문학예술」지 신인특집에 그의 대표작인 『불꽃』이 당선되고 이 작품이 곧 제2회 동인문학상까지 수상하게되어 문단적 위치를 굳혔다.
3·1만세 시위에서 희생당한 젊은이의 유복자로 태어난 주인공이 6·25를 겪으며 역사의식에 눈을 뜨게 되는 내용의 이 작품은 과거의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고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대하자」는 행동적 의지를 문학속에 표현해 그를 50년대의 문학에 있어 참여작가의 대표로 부각시켰다.
그 이후에도 그의 작품세계는 역사에 대한 한국인의 체념과 순응주의를 비판하고 인간의 행동적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전후문단에 있어 가장발랄하고 남성적인 문체와 주제를 그려내는 작가로 주목받았다.
『화재』 (58년), 『보복』 (58년), 『도전』 (59년), 『아버지』(64년)등의 단편소설과 『깃발없는 기수』 (59년), 『아아 산하여』 (60년), 『성채』등의 중·장편소설들이 이런 그의 행동주의적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한편 『오리와 계급장』 (58년), 『아아, 내 고장』 (64년), 『망향』 (65년)등의 단편에서는 월남한 사람의 설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한필치로 그려내기도 했다.
그는 65년을 전후해 초기의 행동적 의지와 참여주의적 자세를 버리고 점차 기성체제에 대한 보수적 입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십자가없는 골고다』 (65년), 『기통담』 (65년), 『사도행전』(66년)은 이런 전환과정에서의 고민과 방황을 보여주는데 특히 『사도행전』은 해방직후의 한국적 고뇌와 양심의 갈등을 자전적 형식으로 묘사했다.
또 그는 평론집 『현실과 지식인』 (69년)등을 발표하기도했다.
선우씨는 작가로서뿐 아니라 언론인으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격동의 시대를 사회부기자와 논설위원으로, 편집국장·주필로, 그리고 논설고문으로 뛰어온 그는 이 시대의 대표적논객의 한사람이었다.
그의 언론인 생활 40년은 이땅의 언론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한 영욕의세월이기도 했다.
특히 그의 칼럼과 논설은 세인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일쑤였다. 『용기와 소신을 겸비한언론인』 『감투와 돈을 거부한 외길 언론인』이란 평을 듣는가하면 『체제긍정적인 보수지식인』『극우적인 반공언론인』이란 세론이 맞서기도 했다.
선우씨는 46년3월 조선일보사회부기자로 언론계의 첫발을 내디뎠다. 잠시 정훈장교생활을 거친뒤 대령으로 예편, 한국일보·조선일보논설위원을 지냈으며 64년 조선일보펀집국장을 맡았다.
이후 조선일보에서 두번의 편집국장과 주필·논설고문을 지냈으며 편집국장 재임시엔 「통일론」연재관계로 최초로 수감을 찬 현직편집국장이 되기도했다.
선우씨는 지난 2월28일 조선일보사에서 퇴직, 『기자는 주업이오, 작가는 부업』이라며 그토록 애착을 가졌던 언론계를 떠나 이제 막 소설을 「주업」으로 올려놓고 있었다. <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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