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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서울 세계기록총회, 창조 씨앗 뿌리는 축제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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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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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식
행정자치부장관

조선왕조실록 중 하나인 ‘광해군일기’에는 1606년 9월 강원도 지역에서 목격된 화광(火光·UFO)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데 이는 문화한류 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모티브가 되었다. 이처럼 기록은 축적되어 문화·예술·산업·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어 우리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록문화의 강국이다. 현재 우리는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고려대장경판 등 13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고 아시아 국가로는 최다 보유국이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에 따르면 혁신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rtuction)의 과정으로 자원의 결합에 의해 발생되는 변화라고 본다. 이러한 혁신은 과거의 기록과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과거의 기록으로 축적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제 기록은 경험과 기술의 축적 수단으로 단순히 지나간 역사적 사실을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진화와 창조의 씨앗이 되고 새로운 혁신의 디딤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초연결 지능사회로 가는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된 가운데 창의와 혁신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도 과거의 숱한 경험 데이터의 축적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필요한 성장의 기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를 위한 경험과 기술의 축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수단인 기록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록은 ‘축적’이고 ‘아카이브(Archive)’이다. 이제부터라도 경제·문화·산업기술·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미래 창조자원을 확보하고, 4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는 경험을 축적하는 일에 정부와 민간의 지혜를 모아야할 때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제고와 구체적인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때마침 오는 9월 5일부터 10일까지 세계 기록관리 전문가(Archivist)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2016 세계기록총회’가 개최된다. 세계 약 100여 개국 국가기록원장과 전문가들이 모여 인류의 기록문화 유산을 어떻게 축적하고 활용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인류 지식의 축적과 융합이라는 점을 환기한다면 세계기록 총회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혁신과 창조의 씨앗을 뿌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기록관리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이번 서울 총회를 통해 우리의 우수한 기록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경험과 기술의 축적수단인 기록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기록문화 강국의 위상을 다시 찾는 기록문화 르네상스시대가 다시 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홍윤식 행정자치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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