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위기의 자동차산업, 노조가 구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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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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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내수는 지난 1년간 개별소비세 감면 시책에 힘입어 반짝 증가했으나 이 시책이 만료된 이후인 7월부터 약 25% 급감 현상을 보이고 있고, 수출은 2013년이후 4년 연속 감소세다.

수년 동안 정체 국면이라도 유지해오던 ‘메이드인 코리아’ 자동차 생산은 내수의 반짝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에 6.4% 감소했는데, 이는 수출 부진 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생산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수출·생산 부진 결과로 완성차업계 고용마저 2010년도보다 약 6000여명이 감소했다.

이런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주행 현상은 국내의 생산 경쟁력이 외국 자동차 업체들에 비해 약화하고 있는데 기인하며, 근본적으로는 국내의 고비용·저생산성으로 집약되는 노사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자동차산업 선진국들은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고용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임금과 고용의 빅딜 차원에서 노사관계를 협조적 패러다임으로 모두 전환시켰다. 도요타·폴크스바겐·GM·르노그룹 등 현대기아차그룹보다 앞서 있는 업체의 노사 관계도 모두 변했다.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자동차산업 회복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립적 노사관계로 경쟁력을 상실한 호주 자동차산업은 글로벌업체들이 현지 공장을 철수하고 있어 약 20만개의 일자리를 허공에 날리고 있다.

불행히도 주요 자동차생산국 중 우리나라 노사관계만 대립적·갈등적 구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 경쟁기업들이 지난 3∼4년간 2% 내외 소폭 임금인상을 한 데 비해 한국은 매년 5% 안팎 인상되고 있어 세계 최고의 임금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생산성과 연계가 미흡한 임금체계, 경직적인 근로형태 등으로 생산성은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비교되고 있다.

국산차의 평균 수출 단가가 1만5000달러로 일본 2만3000달러, 독일 2만7000달러에 비해 40% 이상 낮은 차량을 생산하면서도 최고 수준의 임금비용 부담을 지고 있는 형국에서 우리 자동차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이다. 자동차산업 1등부터 4등 국가와 기업들의 노사관계가 모두 바뀌었는데, 5등인 우리나라만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자동차산업의 노와 사가 열린 마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공동목표를 향해 협력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해 위기조짐을 보이고 있는 자동차산업을 세계 강국으로 키워 나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경쟁국에 비해 적정한 임금수준을 유지하고, 근로생산성을 제고하는 것만이 우리 자동차산업이 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차를 더 많이 만들어내고, 좋은 일자리를 유지,확대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어느 나라 노조보다 막강한 권한과 힘을 가진 우리 노조의 자발적인 애국결단을 국민 모두 고대하고 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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