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배 커진 ‘LS전선 베트남’ 내달 국내 증시 상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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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북부 하이퐁에 위치한 LS-VINA에서 현지 직원이 고압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지름 3m크기의 고압 케이블 드럼은 싱가포르·필리핀 등 동남아 각지로 수출된다. [사진 LS전선]

지난 25일 찾은 베트남 북부 하이퐁시의 LS-VINA(비나) 공장 마당엔 싱가포르, 필리핀 등지로 수출하는 지름 3m 크기의 고압케이블 드럼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LS전선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업체 중 유일하게 230kV급 초고압선(HV)을 생산하고 있다”며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만드는 전선이 100가지가 넘는다”고 말했다.

현지법인 지주사 LS전선 아시아
해외진출 20년 만에 금의환향
성장 가능성 높아 시장서 주목

주고객은 베트남 전력청과 미얀마·싱가포르·덴마크 전력청이다. 이튿날 찾은 남부 호찌민시의 LSCV는 주로 통신 케이블을 만들어 타이·미얀마·페루 등지에 수출한다. LS전선이 베트남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이른바 ‘메콩강 경제권’ 키우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다음달 22일 LS전선아시아를 국내에 상장할 계획이다. LS전선아시아는 1996년 설립된 LS-VINA, 2006년 설립된 LSCV를 통합한 지주회사다.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이 처음으로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SPC) 제도로 국내에 상장하는 것이다.

지난해 두 법인은 매출 4900억원을 올리며 베트남 진출 첫해 기록한 매출 19억원에서 20년 만에 250배 규모로 성장했다. 올 상반기 기준 베트남 전력 케이블 시장 점유율 30%을 차지한다. 2021년엔 1조원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25일 하노이 그랜드플라자호텔에서 만난 명노현 LS전선아시아 대표는 “아세안 국가들의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 케이블 수요가 늘고 그 수혜를 우리가 입을 것”이라며 “국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베트남 현지 공장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모희망가액은 1만~1만1500원 수준으로, 일반공모 물량은 약 1265만 주다. 증권가에선 “LS전선아시아가 전사자원관리시스템(ERP)을 갖춰 회계가 투명하고, 베트남 주변 국가의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어 시장의 기대가 높다”고 평가한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 내수와 함께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LS-VINA는 매출 중 23%, LSCV는 95%를 미얀마·싱가포르·타이 등 인근 국가에서 올리고 있다.

명 대표는 “아세안 국가 역시 연평균 5%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전력·통신 케이블 수요는 꾸준히 늘 것”이라며 “‘그레이트 메콩 서브리전(메콩강 유역에서 급성장하는 국가)’을 기반으로 동남아 1위 종합전선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LS전선아시아의 상장 흥행 여부에 따라 한국 기업의 베트남 현지법인 추가 상장도 예상된다. 우선 글로벌 운동화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화승인더스트리가 현지법인 화승비나의 국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4600여개로 추정된다. 진출 초기 섬유·봉제·신발 등에서 중소기업의 진출이 두드러졌으나 최근엔 전자·철강·금융·건설·유통 등 대기업 진출이 늘면서 추가 상장 기대감이 높다.

베트남 주식시장 규모는 약 70조원 밖에 안돼 그보다 200배가 큰 한국 주식시장에서 ‘총알’을 마련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호찌민·하노이(베트남)=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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