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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퍼스트펭귄] 잠자는 자료 깨우는 머신러닝…금융사 숨은 수익 캐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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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금융권에 퍼뜨리고 있는 B2B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이 있다. 올해로 창업 3년 차인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업체 솔리드웨어다. 신한은행·KB캐피탈·악사(AXA)손해보험·웰컴저축은행 등이 이 회사와 손잡았다. 멋들어진 말로 포장한 보고서가 아닌, 실제 업무에 바로 쓸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은 스타트업에 주요 금융사들이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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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웨어는 금융사 고객 신용평가모델을 정교하게 해주는 머신러닝 솔루션을 개발했다. 공동 창업자인 올리비에 듀센·엄수원 공동대표는 부부다. [사진 장진영 기자]

지난 10일 솔리드웨어의 엄수원(29) 대표를 만났다. 그는 2년 전까지 세계 최대 보험사 악사(AXA)의 한국 지사에서 일했다. 그때 창업에 눈을 떴다. 엄 대표는 “대다수 금융사엔 고객을 360도로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가 차고 넘치게 쌓여 있는데도 실제 신용평가에 활용되는 건 10%도 안 된다”며 “통계가 부실하니 손해율·부도율 예측능력도 제자리 걸음”이라고 말했다. ‘이 좋은 자료를 사람이 못 쓴다면 인공지능으로 해결해보자’는 생각에 남편과 창업을 결심했다.

신용평가모델 정교해져 수익 도움
신한은행·악사손해보험 등이 고객
관련 학문 전공 남편과 2년 전 창업
직원들은 각국서 모여든 연합군

공동 대표를 맡은 엄 대표의 남편 올리비에 듀센은 프랑스 국립정보과학자동화연구소(INRIA) 출신의 컴퓨터 공학자다. 실리콘밸리 NEC연구소와 프랑스 로봇회사 알데바란을 거쳐 인텔코리아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던 차였다.

2014년 8월 갓 창업한 솔리드웨어의 첫 사무실은 서울 신혼집 서재였다. 두 사람이 나란히 노트북을 펼치고 일했다. 직원을 뽑으면 책상 하나를 더 들였다. 지난해 3월 옐로금융그룹(YFG)에 인수되기 전까지 7개월을 그렇게 일했다.

엄 대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직원들과 다같이 식사를 만들어 먹었다”며 “회사가 잘될 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기술은 숫자로 확인됐다. 신용평가모델을 전략적 제휴를 맺은 악사손해보험에 적용해보니, 연간 수십억 원의 추가 이익이 생긴 것. 엄 대표는 “우린 지금도 (고객인) 금융사에 항상 ‘숫자’로 말한다”고 했다.

엄 대표는 “금융사 안에 잠자고 있는 빅데이터를 깨운 게 회사가 안착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팩스로 주고 받는 통장거래 내역이나 콜센터 상담내역 등을 머신러닝에 적용할 수 있게 변환한다. 모든 과정은 클릭 몇번으로 이뤄진다.

솔리드웨어는 머신러닝 솔루션의 가치를 ‘기술의 확산’에서 찾는다. 엄 대표는 “누구나 클 릭 몇번으로 머신러닝의 가치를 누릴 수 있고 더 생긴 시간을 더 의미있는 일에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4년 나온 애플 매킨토시(맥)에 이를 비유했다. 엄 대표는 “도스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는 전문가들만 쓰던 컴퓨터를 맥은 마우스만 클릭하면 어린애도 쓸 수 있게 만들었다”며 “머신러닝 분야에선 우리가 맥이 되겠다”고 말했다.

솔리드웨어엔 삼성전자·파스퇴르연구소 등에서 일했던 다국적 인재들이 포진해 있다. 엄 대표는 “스타트업이다보니 연봉으로 인재 유치 경쟁을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신 학계에서 우수 논문으로 유명했던 듀센을 보고 인재들이 모여 들었다. 스웨덴·러시아·독일·프랑스 등 국적도 다양하다. 듀센 대표는 “한국 기업들의 ‘보고 문화’ 같은 데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젠 많이 적응했다”고 말했다.

엄 대표도 ‘엄친딸’이다.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화학·경영학, 프랑스고등경영대학원(HEC) MBA를 졸업했다. 금융전문 글로벌 컨설팅기업 올리버 와이만을 거쳐 악사로 갔다. 그는 “출산 예정일을 나흘 앞둔 날 고객사 대표 앞에서 발표를 한 적도 있지만 내가 원한 일이라 즐거웠다”고 말했다.

솔리드웨어는 금융권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을 위한 인공지능 솔루션 전문 업체로 진화 중이다. 최근 공개한 기업용 머신러닝 종합 솔루션 ‘다빈치랩스’를 들고 일본·프랑스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ICT 스피링’ 박람회에서 아시아 기업 최초로 핀테크 분야 대표로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엄 대표는 “좋은 머신러닝 솔루션은 데이터를 잘 구워 더 맛있는 빵을 만드는 오븐”이라며 “전문가들의 전유물에 그치지 않는, 좋은 오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컴퓨터에 방대한 학습자료(데이터)를 주고, 인간처럼 학습해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시스템.

글=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 솔리드웨어 엄수원 대표에 대한 더 자세한 인터뷰 기사는 이코노미스트 1350호(2016.09.05)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창조가&혁신가 | 금융계 화제 머신러닝 스타트업 솔리드웨어 엄수원 대표]
 잠자던 금융데이터까지 깨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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