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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피해 보상」더 늘려야 한다|실시 석달째…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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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던 「소비자 피해보상규정」이 실시된지 이제 석달을 넘어섰다.
소비자단체나 기업상담실을 통해 이루어져 왔던 보상관행을 거의 그대로 수렴, 규정화 한 것인 만큼 커다란 마찰이나 혼선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이 보상규정의 실효성여부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문제들도 정부가 올해중에 소비자보호법을 개정, 의무 및 처별조항을 신설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잠잠해졌다.
정부는 또 생산·판매자와 소비자간의 분쟁을 중재하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이라는 준사법적인 전담기구도 설치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하나하나 마련되고 있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피해보상규정이 얼마나 성실하게 지켜질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보호운동이 품질향상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가 두고 볼 문제다.
예컨대 전자제품의 경우 보증기간내에 동일부품이 4회이상 고장나면 제조업자가제품을 교환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소비자는 이를 특정부위의 고장으로 알고 교환을 바라는데 반해 메이커측은 되도록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교환이나 환불받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도 한 예다.
보상기준 실시이후 기업소비자의 반응과 표정, 앞으로 개선돼야할 문제점등을 살펴본다.
항의해봐야 별 수없어 체념해왔던 소비자들도 피해보상규정의 진실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되었다. 덕택에 각 소비자단체에는 이런 저런걸 묻는 문의전화를 비롯해 불량상품 고발이 급증했다.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산하 6개 단체의 전국17개 고발창구에 1백94개 품목에 대한 소비자피해보상제실시가 발표되고 1월 한달동안 모두 6천2백30여건의 고발이 접수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천4백29건에 비해 80%이상이 늘어난 것. 4월말 현재까지는 총2만3천7백65건, 전년동기대비 54%의 증가세를 보이고있다. 특히 지방에서의 고발건수가 눈에 띄게 늘고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직접 기업의 상담창구를 통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마땅히 보상되는 것이라면 고발창구까지 현품을 들고 왔다갔다하기보다는 편리하게 집에서 상담실 직원의 방문을 받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소비자 상담실도 활성화 되가는 경향이다. 주요 전자제품 메이커들의 경우 종래 24시간내이던 방문처리를 1시간내로 단축시키고 자동전화 응답장치를 설치, 야간이나 휴일의 고발상담에도 응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있다.
기성복메이커들도 의류취급요령 등을 담은 소비자 홍보책자를 발간, 배포하는가하면 불량품 발생의 소지를 줄이는데 역점을 두는 자체운동을 벌이고 있다.
식품·전자 의류 등 그 동안 소비자 고발이 쇄도했던 품목의 기업상담실 관계자들은 이번 보상규정의 실시로 『일이 편해겼다』 고 한결같은 반응들이다. 소비자를 설득시키기가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고발을 처리할 때마다 사실을 가려 보상규정을 적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 1백94개로 제한한 피해 보상품목을 넓히고 개별상품별로 보상기준을 어느정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들어 보일러·전기장판·석유난로 세탁물·농약·의료 등은 보상품목에서 빠져있는데 적절한 처리기준이 없어 업자와의 마찰이 잦은평이다.
이와 함께 1백억원 매출, 직원5백인 이상으로 제한된 대상업체(현재 2백69개사)범위를 확대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불량」 때문에 보상문제가 많이 생기는 곳은 중소나 군소업체들의 경우가 보다 많다는 설명이다.
둘째로 현행 보상기준이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경우를 극히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구의 경우 1년이내에 좀이 생겼을 때도 현행기준은 부품교환만으로 피해보상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있다.
또 현재 화장품 의약품 등 5개품목에 한해서만 피해손실까지의 보상의무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소비자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이 명심해야할 것은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야한다는 점이다. 특히 비슷비슷한 점포가 늘어선 시장이나 세일행사가 줄지은 백화점에서의 경우 더욱 그렇다. 구입처나 구입가격을 입증할 자료가 없으면 피해보상을 요구하거나 적정한 보상을 받을 길이 막연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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