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서 발견된 노부부 백골 시신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도심 한복판의 주택가 건물에서 백골화가 진행될 정도로 부패한 70대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집 안에는 30대 아들이 함께 살고 있는 상태였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24일 오후 2시 30분쯤 서대문구의 한 주택가에서 A(79)씨와 그의 부인 B(74)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시신은 건물 1층에 살고 있던 세입자의 신고로 발견됐다. 방을 빼기 위해 주인집인 A씨의 집을 찾았다가 주변에서 악취가 나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A씨 부부의 시신은 안방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수개월간 부패가 진행돼 일부 백골화된 상태였다. 경찰은 휴대폰 통화기록과 시신 부패 정도를 토대로 A씨 부부가 4월 전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집에는 A씨 부부의 시신과 함께 아들 C(39)씨도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경찰은 C씨에게선 특별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정신병 전력 또한 없다고 설명했다.

A씨 부부의 시신에 대한 경찰 현장 감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시 결과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이 자연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노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사망해 백골화된 채로 발견된 데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이들이 합의 하에 동반자살한 것은 아닌지, 특수한 약물로 살해당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들 C씨가 부모님의 시신이 부패하는 상황에서도 장례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함께 거주한 이유 또한 의문으로 남는다. 경찰이 추정하는대로 A씨 부부의 사망시점이 4월이라면 C씨는 최소 4개월간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시신과 동거한 셈이 된다. 경찰은 시신 확인 결과 타살 정황이 없고 구체적인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C씨를 입건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부모가 사망한 뒤에 제 때 장례절차를 치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법절차를 밟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찰은 향후 A씨 부부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과 사망 시점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