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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노인학대' 사회문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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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3월 일본 도쿠시마(德島)현에선 노환의 79세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61)이 구속됐다. 함께 살던 아들이 "이불을 더럽히지 말라"고 구박하다 폭행 끝에 숨지게 한 것이다.

아이치(愛知)현 오부(大府)시에서 지난달 80대 할머니가 가족들의 학대에 견디다 못해 한밤중에 시청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자식.남편 등 가족들의 학대를 받는 노인이 갈수록 많아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의 그늘진 모습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3일 일본 경찰 발표를 집계한 결과 최근 1년간 노인 46명이 학대를 받아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 노인의 평균연령은 76세. 가해자는 아들이 절반(23명)이었고, 남편도 11명이었다.

슈쿠토쿠(淑德)대 다다라(多多良)연구팀이 가정방문 간병지원센터 7백30여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98~9년 발생한 노인학대 건수만 1천8건에 이른다. 학대 방법은 ▶간병 포기(32%)▶구타 등 신체 학대(31%)▶폭언 등 심리적 학대(23%)▶돈만 뺏는 경제적 학대(14%) 등이었다.

군마(群馬)현에서만 2000년 4월~2002년 12월 최소 3백63건이 발생했다.

노인학대의 원인은 평균수명 증가로 간병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2000년 가정.국가가 돈을 공동부담해 민간업체의 간병을 받을 수 있는 '개호(간병)보험제도'를 도입했지만 경제난 때문에 이마저 부담할 수 없는 가정에서 학대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일본 고령자 학대 방지 센터'의 다나카 쇼지(田中莊司) 니혼(日本)대 교수는 "가족 간의 인간관계가 무너진 것이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고령자 학대 방지법'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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