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500km 날아간 북한 SLBM, 대비책 확실히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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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어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또 발사했다. 북한 신포 앞바다 잠수함에서 발사된 SLBM은 500㎞ 동쪽으로 비행해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동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의 이번 SLBM 발사는 성공적이어서 그 위협이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당초 예상한 2~3년보다 훨씬 빨라질 수도 있다. 이 미사일에 핵탄두까지 장착하면 거의 ‘재앙’이라고 한다. 북한의 SLBM 발사는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명백한 도발이다. 유엔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이 미사일을 고래급(2000t) 잠수함에 탑재하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과 일본 모두 위협을 받는다. 중국에도 이로울 게 없다. 따라서 어제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 도발을 즉각 비판한 것은 잘한 일이다. 세 나라는 북한의 SLBM 도발을 곧바로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멈추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SLBM 개발 과정은 신속하고 대담하다. 북한이 지난해 1월 수직발사관에서 SLBM 사출시험을 한 이래 올 4월과 7월까지도 미사일이 30㎞ 비행했거나 공중 폭발하는 등 실패를 거듭했다. 올 3월에는 북한 매체가 이 미사일로 워싱턴DC를 가상 공격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는 도발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의 실전 배치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북한이 SLBM을 잠수함에 탑재하면 전략적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SLBM은 동해상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성주에 배치될 고고도 요격미사일인 사드(THAAD)로 방어하기 어렵다. 사드는 북한을 바라보고 있지만 SLBM은 측면이나 뒤에서 고고도로 공격해올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북한 SLBM 방어책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1차적으로 전방위 및 고고도 요격이 가능한 SM-3 미사일 체계를 조기에 갖출 필요가 있다. 2023년부터 해군의 차기 이지스함에 탑재하기로 계획된 SM-3 발사시스템을 기존 이지스함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 군의 ‘종말 단계 하층방어’라는 탄도미사일 방어개념은 수정해야 한다. 하층방어개념에 따른 패트리엇 미사일만으론 고고도로 날아오는 SLBM이나 노동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견제할 우리 잠수함 전력도 강화해야 한다.

북한 SLBM의 한·미 공조체제 위협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SLBM은 유사시 우리를 지원할 미군이 주둔 중인 괌 등을 공격할 수 있다. 일본을 위협해 주일 미군이 일본 내 미군기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유도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과 위협으로 남북 간 군비경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현재로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토록 대북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미국도 이란을 제재하면서도 대화를 병행했 다. 우리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