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류 등 국산대체 급하다-엔고 백50엔대로…우리의 대응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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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외환시장에서 엔화가 1달러=1백60엔선 마저 무너뜨렸다.
12일 동경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1백59.99엔까지 폭등하다. 1백60.2엔의 시세로 폐장됐다.
일본은행의 시장개입도 사실상 무위로 끝났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각국이 일본의 엔화가치안정(일단은 1달러=1백70엔대)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엔화강세는 당분간 더 계속되리라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했다.
작년 9월 엔화가 약1달러=2백40엔에서 이제 1백60엔까지 폭등하면서 일본은 크게 두 번 자신의 입장 등을 밝히면서 그 실현을 위한 노력을 보였다.
한번은 1백90엔으로 일본상품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1백75엔 대를 마지노 선으로 한 개입이었고 또 한번은 1백70엔 선을 버팀 선으로 한 10억 달러 이상의 대대적인 반격이었다.
이같은 일본자신의 노력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그동안의 엔고노력에도 불구,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은데서 오는 달러와 엔간의 실세문제를 놓고 결국 일본은행의 「스미따」총재는 1달러=1백65엔 선에서도 일본경제는 충분히 견뎌낼 힘이 있다고 밝히는 한편 「대외 불균형 때문에 엔화강세기조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지난 4∼6일의 동경서미트에서 일본의 방어노력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계속 강세의 방향으로 나가야한다는데 일본 이외 국가가 원칙적 동의를 한만큼 엔화는 당분간 강세움직임을 보일게 확실하다.
이같이 엔고가 장기정착 될 경우 우리경제의 대외교역은 구조적으로 변화되는 셈이다.
삼저 호기론은 경제원론상으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경상수지의 경우 엔고는 우리상품의 상대적인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며, 일본상품의 수입가격상승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경제적 반응으로 수입선 다변화, 국산대체의 노력이 진행돼 플러스방향으로 간다는 논리다.
물론 단기적으로 수입대체의 어려움에 따라 수지불균형은 「일시적」으로 악화되지만 일정기간을 지나면 개선방향으로 간다는 게 이른바 J커브효과다.
올들어 1·4분기 중 대일 기계류수입이 50%나 늘어난 것, 이에 따라 대일 무역적자는 갈수록 확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자체가 구조적으로 대일 의존적이어서 탈피가 힘들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따라서 엔고장기정착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 논리는 대일 의존에서의 구조적인 탈피, 즉 부품·소재를 비롯, 설비재의 국산화를 통해 우리경제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어 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여 나가는데 주어져야한다.
대일 의존에서의 구조적 탈피 없이는 엔고가 단순한 수입부담의 증가로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엔화가 오르면 오를수록 수출증대 면에서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별도의 정책대응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뚫고 들어가야 할 일본시장진출은 조금도 개선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엔화 값이 1년 사이에 50∼60%가 올랐는데도 대일 수출증가율은 여전히 10%미만이다.
진짜 심각한 것은 급증하는 수임부담이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계속하는 한 엔화 상승분 만큼의 추가부담이 그대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올해 대일 무역적자가 작년보다 11억 달러나 늘어난 41억 달러로 예상한 한국은행의 최근 전망치도 엔화시세를 달러 당 1백70엔선을 전제로 했던 것이었다. 만약 KIET(산업연구원)전망대로 금년 하반기 들어서 달러부 1백50엔선 이상에서 엔화시세가 안정될 경우에는 이 같은 대일 무역적자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늘 되풀이되는 이야기이지만 일본에 집중적으로 의존하고있는 기계 및 부품류의 수입을 여하히 국산화로 대체시켜 나가는 가에 달려있다. 수입대체가 안 될 경우 수입부담의 증가뿐만 아니라 원자재 값이 오르는 바람에 수출채산성도 맞출 수 없게 되어있다.
기업 스스로도 어느 때보다 수입대체노력을 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를 정책당국이 적절히 살려 나가는 가에 달려있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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