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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인재 양성·공교육 강화"…백년대계 둘러싼 보·혁 해법 논쟁

중앙일보

입력

교육 격차가 부의 세습과 불평등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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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남기곤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곽노현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전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이기정 서울 미양고 교사,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GIST대학 교수,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장, 김정래 부산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황영남 서울 영훈고 교장. 신인섭 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교육의 불평등, 백년대계의 개혁 방향은?’을 주제로 열린 ‘보수-진보 합동토론회’에선 교육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토론회는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가 주최하고 중앙일보·한겨레가 후원하는 행사로, 보수·진보 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불평등 문제의 해소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보수·진보 학자들은 각론에선 다소 이견을 보였으나, 교육 불평등이 소득의 격차를 낳고, 소득 불평등이 다시 교육불평등으로 연결된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했다. 불평등 문제가 빈·부의 끝없는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에선 학생들의 꿈과 노력이 빛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부모의 경제적 불평등은 교육·학교 밖의 문제임에도 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GIST대학 교수는 ‘계층 상향이동에 대한 비관론’과 ‘강남의 서울대 진학률’ 등 여러 사회조사 통계를 근거로 부와 교육의 세습이 공고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본·중국 등에 비해 인생에서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이 대폭 감소했다”며 “2000년대 중 후반 이후 대학진학은 물론 경제활동을 안 하는 백수가 늘고 있으며, 이는 경제성장률 저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10세를 전후해 소득이 많은 집 어린이의 지능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인지능력이 발달하는 3~5세 때 가정에서의 교육과 대화가 결정한다는 연구 사례도 소개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서울 미양고등학교의 이기정 교사는 공교육 강화를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교사는 “재·삼수를 하려면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따르는 등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지 않고선 교육불평등은 완화하기 어렵다”며 “공교육의 역량을 강화해 저소득층 학생까지 교육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사교육의 영향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 수능·논술 등 고차원적인 학습 체제를 강화해야 하지만, 되레 학부모의 개입 여지가 커지는 부작용이 있다”며 “만약 공교육과 교육 평등을 저해한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이런 시험·전형을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회의 평등’을 둘러싼 이견이 오갔다. 보수 측 토론자는 사교육 폐지 등은 우수한 학생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진보 측 토론자는 모든 학생이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견을 펼쳤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부모의 경제력이 교육받을 곳의 입지를 결정하고, 이는 사교육의 확대, 나아가 경제 문제로 퍼지면서 교육 문제를 교육 내적으로 다루기 쉽지 않았다”며 “교사의 효과가 부모효과를 이기고, 학교효과가 동네효과를 이기고 공교육효과가 계급·계층을 상쇄하는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협동수업과 창의·인성·시민성·협동성 등 21세기 가치에 맞는 교육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수 측 토론자로 나선 김정래 부산대 교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인재를 기르기 위해선 학교라는 전통적 울타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은 사적 재화임에도 모든 학교가 공립학교처럼 대접받고 교육을 벌이고 있다. 한 명이 2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교육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황영남 영훈고등학교 교장도 “모든 학생을 끌고 가는 교육은 대량 생산이 미덕이던 시절의 교육방식”이라며 “창의성을 기르려면 교육의 자율·개방화가 돼야 하며, 학생선발권도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입 전형에 초점을 맞춘 교육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열관 경희대 교수는 “국가의 발전 철학과 방향을 모두 교육과 연결했다간 교육만능주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며 “소수가 토지와 소득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커지는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선 교육의 패러다임을 서울대를 몇 명 보냈느냐에서 사회정의와 품위 있는 민주주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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