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을 돌아 NC에 둥지 튼 신진호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NC 다이노스 지명합니다. 화순고, 전 캔자스시티 포수 신진호."

지난 22일 열린 2017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 이름이 불린 신진호(25)는 일어나 인사를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국에서 제2의 도전을 시작하는 그의 얼굴에는 가벼운 흥분이 느껴졌다.

신진호는 화순고 3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계약했다. 계약금은 60만 달러(약 6억6000만원)로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의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m88㎝, 95㎏의 체격조건은 훌륭하지만 포수였기 때문이다.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그가 미국 투수들과 소통하는 것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호는 "힘들더라도 부딪혀 보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낮에는 야구를 하고 밤에는 6시간씩 영어 공부를 했다. 하지만 신진호의 '주경야독'은 6년만에 끝났다.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도 1할대 타율에 그치면서 자신감을 잃었고, 스스로 방출을 요청했다. 2014년 4월 한국으로 돌아온 신진호는 잠시 방황했다. 하지만 이내 KBO리그에서 뛰겠다는 결심을 내렸다. 2년(해외진출 선수가 한국에 복귀할 때 유예기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고교 은사인 이동석 세한대 감독과 이건열 동국대 감독을 찾아가 훈련했다.

드래프트 참가 자격을 두고 논란이 일긴 했지만 신진호는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신진호를 지명한 유영준 NC 스카우트팀장은 "우리 순서까지 지명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이다. 송구·포구 능력, 힘과 성실성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신진호는 "7년 전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배운 게 많다"고 했다. 그는 "NC가 창단할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한국 야구는 다르니까 다시 배우는 자세로 준비하겠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해외 팀에 뛰었던 신진호는 신인왕 자격은 없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