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시연회 관객 반응 미리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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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3일 하오 9시 신촌 연우 소극장. 방금 창작극『칠수와 만수』의 시연을 끝낸 배우 연출이 작가들이 무대 쪽에 앉고 시연회에 초대된 극작가 연극평론가, 기자 등이 객석에 앉아 7시부터 1시간40여분에 걸쳐 무대에 펼쳐진 『칠수와 만수』에 대한 토론에 들어갔다. 참석 인원은 60여명.

<연극계 첫 시도…질 향상 위해 바람직> 시연회
서연호씨(고려대교수 연극평론가)가 말문을 열었다.
『작품의 상황 내용이 시사적이어서 재미있다. 그러나 후반부가 더 압축되고 템포가 빨라야할 것 같다. 주인공이 칠하는 사람인데 칠하는 모습 하나하나까지 연기가 완벽해야 작품의 리얼리티가 살아난다』
극작가 최인석씨도 지적했다.『등장인물 만수는 시골에서 온 청년인데 연기나 대사의 억양이 너무 지적이다』
미술평론가 원동우씨는 『긴박감과 코믹이 따로따로 떨어져있다. 코믹 속의 긴박, 긴박속의 코믹이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의견이 교환된 후 이 작품을 쓴 극작가이자 연우무대의 대표인 오종우씨와 연출가 이상자씨는 『후반부에 많은 수정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3일의 시연회는 연우무대가 가진 우리 연극계에서는 흔치않은 행사다.
연극공연을 열흘쯤 앞두고 이같은 시연회를 갖는 일은 우리 연극 풍토에서는 어렵다(『칠수와 만수』는 14∼26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우선 연습기간이 보통 한달 간으로 짧아 여유를 갖고 시연을 할 수 없다.
또 무대 의상 준비와 대사 외기가 공연에 촉박하여 이루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이 공연 전날쯤 총연습을 갖고 이때 몇몇 연극계 인사가 초대되는 것이 보통이다. 시연회를 통해 작품의 결점이 지적되고 이를 수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연우무대 오씨는『더 좋은 연극을 위해 연습의 결과를 미리 공개해 관객의 반응을 알아보고 공연에 임하는 자세를 철저히 하기 위해 「한씨연대기」때부터 시연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연극 『칠수와 만수』 는 시골에서 올라온 두 청년이 칠장이가 되어 빌딩 벽에 음료수를 선전하는 여인의 유방을 한 쪽씩 맡아 그리며 세상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옥상에 올라가 쉬려고 하는데 동반자살을 하려는 것으로 오해되어 TV카메라 경찰이 동원되는 소동이 벌어진다. 평범하게 살려는 사람들이 뜻하지 않게 겪는 수난이 그려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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