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충암고 사태 막기 위해 학교급식 전용 사이트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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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아들을 둔 김모(44·서울 대치동)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급식 먹었느냐”부터 물어본다. 올초부터 아이는 학교급식이 ‘맛이 없다’며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점심을 거르고 집에 오기 시작했다. 김씨는 “먹성 좋은 아이가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할 때마다 급식 예산이 어디로 새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정부합동점검단 생산·유통·소비 조사 결과 677건 적발

지난해 4월 발생한 충암고 급식비리 사건 이후로 학교급식의 질 저하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충암고 사건은 급식 용역업체 대표와 관계자 5명을 검찰이 기소하면서 일단락 됐다. 충암학원 전 이사장과 전 교장, 행정실장 등은 ‘협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사건은 마무리 됐지만 학부모들의 마음속에 피어난 의심까지 걷어내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무조정실·교육부·농식품부·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정부합동점검단이 지난 4월부터 학교급식 식재료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을 점검한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1차로 전자조달시스템의 급식관련 계약 자료와 국민신문고 등의 민원을 분석해 위반이 의심되는 업체와 학교를 추렸다. 1차 조사에서 선별된 식자재 생산·가공·유통업체 2415개와 초중고 274개교를 조사한 결과 총 677건의 위반사실이 드러났다.

생산·유통단계에서는 일반 농산물축산물을 친환경무항생제 제품으로 속이는 품질 위반 사례가 118건으로 가장 많았다. 학교에서는 특정업체와 부당한 수의계약이 220건, 부당한 예산 집행 132건, 식재료 검수와 위생관리 부실이 119건이었다. 학교와 업체 간의 유착 정황도 드러났다. 4개 식재료 업체가 최근 2년 6개월 동안 전국 3000여개 학교 영양사영양교사에게 16억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같은 급식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는 이날 개선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학교급식 전용사이트’를 개설해 만족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학교급식 공급업체가 자사 제품의 공산품 식재료와 가격·맛·영양성분 등을 게시하게 해 학교와 업체 간의 유착을 막는다. 또 학생건강식단을 개발해 학교 간 편차를 줄이고, ‘지능형 입찰비리 관제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비리를 점검한다.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은 “전국 600만명 이상의 학생이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급식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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