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답」과「부담」을 함께 받은 신민|두 김씨 견해차 차츰 드러나|직선-내각책임제 쟁점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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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30청와대회담은 현 대통령 임기내 직선제 개헌을 줄기차게 추구해온 신민당에 부분적인 회답과 새로운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민우 총재와 대통령간의 영수회담과 노태우-김영삼 실세대화이후로 당론을 유보하고, 당 일각에서는 시간 벌기 작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지만 전두환 대통령의 발언을「임기 내 개헌」으로 받아들이는데는 대체로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것 같다.
아울러『전대통령이 내각책임제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는 이민우 총재의 전언이 근거 있는 것으로 수용되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회담이후 신민당의 속셈과 전략은 임기 내 개헌이란「시기」를 확보한외에 직선제개헌관철이라는「내용」을 어떻게 정부·여당과 조절하느냐에 두고있다.
신민당이 앞으로 부딪쳐 해결해야할 과제는 정부·여당의 개헌 의지를 어느 수준에서 진의로 받아들일 것인가, 양외 투쟁은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국회 내 헌특 구성은 언제 어떤 조건으로 응할 것인가, 정부·여당이 내각책임제 등 직선제가 아닌 안을 내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른바 실세대화는 어떻게 발전될 것인가 등으로 집약된다.
이 같은 문제는 모두 정부·여당의 대응전략 못지 않게 신민당내의 계파간 이해조정을 거쳐야하므로 1차 적으로 김대중·김영삼 간의 타협에서 출발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것이 어떤 갈등과 변조·통합을 보일지가 문제다.
우선 두 김씨의 입장을 보면 대통령의「임기 내 개헌」이 표명되고 난 후 견해차가 좀더 뚜렷해지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은 전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평가부터 다르다. 김대중씨는『개헌을 지지하는 국민의 압력과 흐름으로 봐 임기 내 개헌천명은 예상해온 일이었으며 중요한 것은 개헌시기가 아니라 내용이며 직선제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민주화라 볼 수 없으므로 타협의 대상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대통령의 새 제의는 아시안게임까지의 난국을 넘기려는 정부·여당의 시간 벌기 작전이며 궁극적으로는 정권유지를 위한 위계라고까지 주장했다.
반면 김영삼씨는『국민의 요구에 따라 경색된 정국을 풀어보겠다는 계기를 만든 점은 평가한다』는 전제하에 대통령의 보다 분명한 민주화일정 제시를 촉구하고는『정부·여당과의 대화에도 인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영삼씨 역시『직선제가 당의공약이므로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밝혔지만『직선제만이 곧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는 모두 민주주의이며 일장일단을 갖고 있다』고 말해 뉘앙스의 차이를 느끼게 했다.
직선제에 관한 두 김씨의 집착도의 차이는 양 진영의 전반적인 기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으며 일반 의원들간에도 직선제냐, 내각책임제냐가 쟁점화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씨가 한사코 직선제를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각책임제로는 야당이 집권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법을 어떻게 고치든 행정력과 금권이 중요변수가 되고 지자제의 부재로 지방단위의 여야세력이 불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간선은 현 집권세력의 승계를 보장해줄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내각책임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측은 지금까지 국민의 지지가「직선」에 관한 것인지, 「개헌」쪽인지 불명하며 지금까지 직선제를 부르짖는 것은 현재의 비정상적 간선제의 고수를 타파하자는 슬로건으로서의 대중 전파력이 크게 고러됐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현재와 같이 지역감정이 첨예한 가운데의 직선은 냉정히 봐 국가적 손실이 적지 않고 또 현실적으로 문민정부를 세우자면 내각책임제가 야당에 더 유리하다는 얘기도 있으며 무엇보다 직선제를 결사 반대하는 민정당과의 대결 극대화를 혐오하는 국민여론도 외면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내각책임제 론의 반상은 신민당의 국회 내 특위구성 입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김대중씨 측은『신민당은 만천하에 밝힌 직선제를 전제로 하지 않는 특위구성에는 응하지 말아야하며 적어도 정부·여당의 개헌안이 먼저 나와야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그래서 그는 최근 민주연설과 동교동계의원모임에서『정부-여당이 끝내 직선제 개헌을 하지 않으면 내년에 평화적 방법으로 수식만을 동원해 거리에서 승리하겠다』는 초강경 발언과 함께『신민당이 내각책임제에 대한 회유에 흔들리지 말라』고 강조하고 계보 원들의「오염」(?)을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씨 측은『대통령이 국회결정을 따른다고 할 것이 아니라 임기 중 개헌하겠다고 분명히 밝히면 특위에 들어가 직선제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내각책임제든 뭐든 여당의 안도 검토하고 협상하겠다』는 자세다.
신민당의원들간에는『어물쩍 만들어놓고 보자는 특위가 아니라면 응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한 편이며 두 제도는 국민을 향해 각기 당위성을 입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는 점을 수긍하고 있다.
아뭏든 신민당은 헌특 구성요건, 정부의 개헌복안 등이 영수회담, 노태우-김영삼 실세회담 등에서 밝혀 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민정당이 이같이 다양화·확대 화된 채널에서 무엇을 어떻게 내놓을는지 지켜보고 있으며 수락할만한 반응이 나올 때까지 인천(5월3일)·마산(5월11일)결성대회를 비롯, 양외 투쟁을 계속할 것이 분명하다.
신민당이 이런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불과 몇 달 사이에 호헌론이 임기 내 개헌까지로 바뀐 여당의 대응을 살피는 한편으로 내부적으로 당론조정의 여유를 갖자는 뜻이다.
여기에 우리 정치에 끼치고 있는 여러 가지 외재적 영향력, 즉 해외여론이라든가 서방 동경정상회담,「술츠」미 국무장관의 방한(5월7일)등을 신민당은 계산에 넣고 있는 것이 분명하며 아직은 그런 요인들이 양외 투쟁 강행을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4·30 청와대회동에 대한 당론결정과 그에 따른 헌법특위참여 여부에 대한 최종결정도 상당기간 미루어 질 수밖에 없는 전망이다.
이렇게 볼 때 여야가 진심으로 국회에서 개헌안을 논의하기까지에는 아직도 넘어야할 과정이 많고 여당의 구상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수록 그에 따른 대응을 둘러싸고 신민당과 양 김씨는 갈등과 경쟁 속을 넘나들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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