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이 앞설수록 실수도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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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같은 자리라도 사람에 따라서 엄청나게 일이 달라진다. 요즘 세계의 경탄과 주목을 끌고있는 엔고만 하더라도 미재무장관의 역할차이에도 큰영향이 있다. 전임 「리건」 장관은 어딘가하면 자유방임주의였다. 환율이란것은 시장기능에 맡겨두어야지 정부가 함부로 개입할것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베이커」 장관은 적극개입파다. 필요하면 정부가 못나설 이유가없다는 것이다.
「베이커」 장관이 취임하자 미국의 통화정책은 대선회를 하여 적극개입으로 나왔고 그것이 5개국 재상회의를 거쳐 기록적인 엔고를 연출하고있는것이다.
미국의 재무장관이란 자리가 그렇게도 막강하고 또 사람에 따라 그토록 달라질수가 있구나 하는것을 갈알수있다.
최근들어 한국의 부총리와 재무장관역할이 변하는걸 보면 사람이 자리를 얼마큼 바꿀수있는가가 더욱 실감된다.
적재적소란 것이 바로 그런데 묘미가 있는것이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인물이 달라진다. 미국의 대외적자가자유방임으로 견딜수 없는만큼 심각한상황으로 갔기때문에 「베이커」 같은 적극형이 등장하고 또 그만큼 활동을할수있는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으로선 혼자 분주하고 애쓰기 보다 지금 상황에서 「베이커」 같은 인물을 찾아 뒷받침하는것이 바로 일을 가장 잘 처리하는것이다.
사람에 따라선 특장이 다르다. 최악에서 지혜를 짜내는일,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보살피는일, 백만대군을 거느리고 전양에서 싸우는일에서 각기 뛰어남이 다르므로 「톱」 은그것을 잘알아 알맞는곳에 알맞는사람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일을 적극적으로 벌여야할때와 수습해야할 때, 강하게 나서야할때와 부드럽게 양보할때,공격할때와 후퇴할때가 순환적으로 오고 간다.
그 기미를 갈 판단하여 인사에 잘 반영하는것이 일을 순리로 푸는 요체다.
그런 적재적소원칙을 무시하면 아무리 톱이 부지런하고 잘하러해도 일이 되지않는다.
처음엔 대수롭지않은것이 대응을 못하는 바람에 더 악화시킨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도이치 삼모본부의 인재등용원칙을 보면 참으로 재미있는지혜를 함축하고있다.
어떤 인재를 중요포스트에 앉히느냐하는 기준인데 가장 첫째로 꼽은것은 머리는 있으나 의욕이없는 사람이다. 머리는 능력이라해도 좋은데 의욕있는 사람을 제일로 치는 요즘풍조로 보면 매우 엉뚱한발상이다.
머리는 있으나 의욕없는 사람은 욕심을 안부리고 길게 생각해서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전체의 조화를 우선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은 혁혁한 전공을 못세울지 모르나 「팀웍」 으로 싸우는 외기전에선 최후의 승리의 원동력이라는것이다.
이런 타입의 인물은 무능력자로서 낙인찍혀 좀처럼 등용의 길이 안열린다. 특히 격변이나 개혁기엔 가강 필요한 타입이지만 그럴때 가장 안쓰이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다음은 머리도 없고 의욕도 없는 사람을 꼽았는데 그것은 최소한일을 그르치지는 않는다는 관점에서 본것이다.
쓸데없는 의욕을 부러 일을 망쳐놓느니 차라리 가만있는게 낫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머리있고 의욕있는 사람을 꼽았다.
세상에서 가장 유위·유능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타입인데 도이치 삼모본부는 바로 거기서 치명적 실수의 가능성을 보았다.
의욕이 있기때문에 욕심을 부리고 더우기 머리가 있어 일을 저지른다는것이다.
이런 타입은 어느시대를 막론하고 적극 참여하고 또 널리 등용된다.
격변때엔 조심해야할 타입이나 가장많이 쓰이는데 문제가 있다.
사명감에 불타고 유능한 대신 완고하고 자기주장과 현시욕이 강해 전체와의 조화를 깨어 대국을 그르치기 쉽다는것이다.
이런 타입은 성장지향기의 부서장이나 전선지휘관·기술개발팀장 정도가 적당하지 심모원려가 필요한 자리에 앉혀선 안된다고 극히 경계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 치는 타입은 머리는 없고 의욕이 있는 사람이다.
스스로의 능력을 생각않고 일을 벌이고 또 무척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조직도 같이 쓰러진다는 것이다.
역사상 큰일이나 큰실수를 저지른 사람중엔 이런 타입이 많다.
머리가 나쁘고 의욕이 없으면 실수의 폭도 작다.
사실 세상일의 요체는 인재를 어떻게 개발·등용·활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또 사회가 잘되고 못되고는 인재활용의 시스팀이 공정히 확립되어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인사에 사가 끼거나 공·사가 구별되지 않으면 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고 활력이죽는다.
정치고 경제고 마찬가지다.
요즘과같이 중대시국일수록 적재적소의 원칙이 더욱 절실하다. 『그래도 그 사람이면…』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 나설때 세상의 공감을 얻고 일이 풀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중대시국일수록머리보다 사명감과 의욕이 돋보이게마련이다. 격변하는 정국의 와중에서정부·여당의 사람 바꾸는 문제가 구상되고 있다는데 도이치 삼모본부의엉뚱한발상도 하나의 참고가 될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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