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도전2부-박대통령, 간곡히 사임을 만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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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4년 여름은 여·야정당이 똑같이 내부의 권력투쟁에 휩쓸려있었다. 한일 교섭의 고빗길에서 어쩔수없이 마주친 시련이긴 했지만 헌정의 질서를 만들어내는데 커다란 장애가 된것 온 아쉬운 일이다. 등구영씨는 그해 여름은 많은 가능성이 다가서다가 사라져갔다는 점에서 불행한 여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회고-.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다시는 말하지 않기로 작정하고 청와대를 물러 나온 나는 다음날 당의장 사임서를 제출했지. 대통령은 깜짝 놀라면서
-선생님 왜 그러십니까.
-원래 정치는 할줄 모르고 또 이후낙군 문제가 이렇게되니 저는 물러가야지요. 각하께서 깊이 생각하신 일인데 제 고집만 피워서 되겠습니까. 그래서 물러나겠읍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대통령은 1시간 이상 나를 붙들고 애원하다시피 얘기을했어. 한일회담등 중요문제가 미결인채 있고 국회나 당을 포함해 제3공화국 초기의·질서를 만들어가야 할시점인데 선생님께서 볼러가시면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야. 간곡하게 얘기를 해. 당내문제도 염려를 해 그때는 당내도 조용한 날이 없었어. 이효상·김성곤·장경정 이런 사람들이 그때는 비주류지. 이 사람들이 김화비의 외유후 대야협상이랄까, 공작이랄까, 아무든 시국수습 협상을 주도한셈이야….그런 여세를 몰고 주류에 대한 공세를 펴고 있을때야. 대통령이 그 얘기도 해. 선생님이 중도적 위치에서 당을 조화시켜 나가야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야.
그래 내가 얘기를 했어요. 당내 문제는 그리 염려할 것은 아니다,민주정당에선 서클도 있고 경쟁도 있고 서로 다른 주장도 맞부닥치게 마련이다, 그게 정상이다, 문제는 당내 경쟁이 룰에따라 당당하게 이루어자고 있는냐는것이지 파벌이나 경쟁 그자체가 문제되는것은 아니다, 그런 얘기를 했어요.
실지로 당시의 당내분쟁은 쟁점에서 보면 별것 아니야. 당시 비주류는 당체제 개혁 5개항인가를 내걸고 있었아요. 당에 부총재를 신설하거나 당의장을 둘 두는 복수당의장제로 하자, 서클을 양생화하자, 사무국읕 폐지하고 원내 중심체제로 하자, 그런것들이지. 이 가운데 당이 검토해야할 사항은 조직의 일원화뿐이야. 그 문제는 점진적으로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던중이야. 그때 문제는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쟁점이 아니라 경쟁의 .내용이었어.
내가 대통령한테 그 얘기는 안 했지만 대통령이 기대하는 것은 그런 문제의 해결을 나한데 맡기겠다는 아니야. 단지. 당의장 적임자가 당내에 없다는 것 때문이지. 내 생각으로는 내가 늙었다는것, 당의 초대총재라는것, 그런 저런 이유로 겉으로 내세우기가 좋은명분과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뿐이지 나의 어떤역할이 필요해서 그러다건 아니야. 달리 내세울 사람이 없어서 그런다는게 내 판단이야. 그래서 <아무래도 이런 정세하에서 당의장을 계속할수가 없읍니다>라고 했지.
나는 몇가지 이유 즉 내각개편, 대사와 공사이동, 정치자금 문제, 이런 사례를 이유로 해서 내가 당의장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대통령께 말했지.
사실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불쾌했던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였어. 내가 당의장으로 있던 기간각료 이동이 몇번 있었는데 이 양반이 처음 몇차례는 의논도 하더니 나중에는 아무 의논이 없어.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발표직전에 정일권총리로 하여금 결정 내용을 통고하도록 할뿐이야. 이 문재를 어찌 대통령께서 당의장하고 의논없이 이렇게 하셨소, 우리나라 헌법은 대통령책임제이니까 대통령 책임하의 정부지요 그렇지만 당내에 정치에선 당의장이 책임이 있고 대통령은 상징적 존재라는면도 있는것입니다, 정부시책에 대해 긍극적으로는 당의 책임도 있는것이니까 당의장의 의견도 존중해야지요.
사실 당에서 볼것 같으면 당의장이 그 책임을 수행해야해. 그러니까 당의장이 당의 의사를 반영해야 옳지. 그렇지만 그것은 내부적인 관계지 외부적인 관계에서는 대통령책임제이니까 대통령이 전담하는것이야. 그러니까 다소 일맹배반적인면이 있어요. 그러나 요컨대 당의장이라는것은 민주공화당안에서 의장이니까 의장이 정치행동에 대해 모라서는 안돼요. 그렇치 못하니 요컨대 나 자신은 당의장으로서 모자라는 사람이다, 대통령이 당의장하고 의논하지 않고 각료의 인사문제를 전담하는것이 한두번이 아니니 내가 당의장으로서 불신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결론을 내렸어요. 물론및 사람의 각료이동에 대해서는 의논도 했고 내가 추천한 사람이 기용된 일도 있어. 내 기억으로는 첫번째 내 추천은 홍헌표채신장관을 교체할때야. 홍체신은 그때 좋지않은 일로 갑작스레 사임토록 해야했어. 대통령이 그런 사정을 설명하면서 후임을 누구로 했으면 좋겠느냐고 내게 물어.
-대통령꼐서 먼저 의향이 계시면 말씀 듣고서 의견을 말씀드려야지 제가 어떻게 먼저 말 씀을 드리겠읍니까.
-저는 여러생각을 해봤지만 적당한 인물이 없으니 선생님이 누구 한사람 추천해보시지요.
-당에서 나간 무임소장관 김홍식군이 좋지 않겠읍니까.
-그것 좋겠군요.
이래서 64년7월에 채신장관을 교채했어. 두번째는 교통장관 후입을 상의한 일이 있어. 대통령이 누굴 추천하라는데 그 자리에선 생각 나는 사람이 없어. <고려해보겠읍니다>하고 나왔지. 그런뒤에 당 중?들, 행정관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니까 안경모군이 생각나. 안군은 그때 건설부차관으로 있었지. 일본 도꾸시마(덕도) 고교를 졸업하고 교통부에 들어가 일하다가 교통부 국장인 할 때 건실부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 사람이 성실하다는 평들이야. 그래다음 날 들어갔지.
-안경횡군이 경력으로 보나 품성으로 보아 퍽 단정한 관리로 생각됩니다. 교통부장관은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교통부안에 얽히고 설킨 내용에 정통한 사람이 지금은 필요한 때로 보입니다. 지금 교통부 사정으로는 정당인은 적임자가 아니고 행정관료라야 할것으로 봅니다. 특히 교통부에서 자란 관료가 교통장관으로 오게되면 교통부 관리들의 사기를 높이는데도 도용이 될 것으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정부를 압니까. 대통령께서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분이 있다면 기용하시지요.
그랬더니 대통령이<아닙니다. 선생님 추천이 썩 좋겠읍니다.>그러면서 발령을 했어. 그것 뿐이야.
처음 얼마동안은 의논도 하다가 나중에 가서 각료 이동을 대통령이 전담하게 되었다하면 이것은 당의장 외에 대통령이 의논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얘기가 돼. 예를 들어 말하면 그것이 비서실장이든지 그외 몇사람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것은 내가 직접 탐색한 일도 없고 물어본 일도 없지만 그 어느것이건 당의장이 불신을 당하고 있는것은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또 하나 내가 사임서를 낸 이유중에는 언론규제법에 관한 가책도 있어.
언론규제법 때문에 정부와 언론계가 맞서는 파동이 있었던건 모두 아는 일이고….이 파동은 금성곤군이 IPI회의에 다녀온 뒤 언론계 여론을 대통령한테 전해서 중재를 해 시행 않기로 되었지. 그 사람은 유능한 사람이니까 그걸 해냈지. 그래서 법은 공포는 되었지만 시행령은 만들지 않기로 하고 그래서 사실상 법은 페기된거나 마찬가지가 되었지만 나로서는 양심의 고민이 있었어. 그때 계엄령이 선포되어 있었고 이런 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사회적 안정이 유지 안된다고 하고, 그래서 어쩔수없이 승복은 했지만 헌법정신에 위배 돼. 언론을 법으로 규제한다는데 찬성하고 앞장선 공화당 당의장으로서의 양심의 가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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