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를 신설 독립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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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헌법개정 논의로 말미암아 정가와 학원이 술렁거리고 있다. 한편 교육계에서는 교육개혁 심의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고쳐 보자는데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두 갈래의 개혁운동은 아마도 1988년이란 획기적 해를 전후하여 마무리 지어질 전망이다.
필자는 한국의 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여 미봉적인 개혁으로써는 국민이 기대하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힘들 것이라고 본다.
고로 우리가 또 한번 개헌을 단행하려는 마당에서 이 개헌에 결부시켜 교육제도 개혁을 고려해 봄이 좋지 않은 가고 생각한다.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적인 개선책으로서 문교부를 교육부(가칭)로 승격·독립시키자는 제의를 하고 싶다. 이 구상의 골자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즉 현재 3권 분립체제하에서 가장 권한이 많은 행정부에 예속된 문교부를 입법부·사법부와 동격인 교육부로 독립시키되 그 장이 되는 교육총장(가칭)은 국정자문위원회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되 그 임기를 7년 내지 8년(대통령의 장기 단임 기간 내지 단기 중임기간 해당)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 안의 근본취지는 국민교육을 정치로부터 분리시키며 동시에 교육의 권위를 높임으로써 교육행정의 장기적 안정을 도모하고 나아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자는데 있다. 이 제도의 필요성과 기대치는 대체로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우리나라의 장기 발전전략을 고려할 때 교육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도국인 우리나라가 선진국인 구미와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높은 교육열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인적자원을 최대한으로 개발·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구미 혹은 일본의 교육제도를 본뜬 것으로서 이러한 모방적 제도를 유지하는 한 우리는(우리보다 교육개혁을 앞서 해나가는) 선진국을 영구히 따라잡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전통과 필요성에 맞는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교육제도- 즉 교육부 독립제도-를 시도함으로써 후진성내지 종속성을 탈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우리가 교육부를 독립시켜야 되는 보다 더 절박한 이유는 국민교육을 비 전문가적 정치인의 손에서 떼어 전문가의 재량에 넘김으로써 종래 조령모개식으로 이루어진 시행착오적 문교행정에 종지부를 찍자는 데 있다.
해방 후 우리나라 교육행정의 최대 맹점은 교육의 문외한 내지 비전문가가 문교부장관직에 임명되는 예가 많은데다가 그의 임기가 대체로 짧아 소신 있는 문교정책을 펼 수 없었던데 있다. 뿐만 아니라 문교부는 행정부내의 다른 여러 경쟁부처(예컨대 내무·재무·국방부)에 비해 그 권위가 낮아 우수한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감이 있다.
이러한 문교행정상의 맹점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일선교육자가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교육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고로 우리가 교육개혁을 할 바에는 이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것이 해결되면 다른 여러 가지 개혁은 비교적 순탄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세째, 교육부를 독립시킴으로써 우리는 한국 대학의 고질병인 학원데모사태를 크게 진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까지 학원의 자율은 행정부가 관장해왔다. 이러한 제도하에서는 행정부의 학원개입이 불가피했다.
만약 교육부가 독립하고 교육총장에게 학원의 자율을 보장하는 전권을 위임하면 학원과 정부는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행정부와 학원은 서로 큰 부담을 덜게 되지 않을까?
이상과 같이 교육부를 독립·승격시키면 우리는 일석, 삼조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지 문제는 우리가 가진 헌법에 대한 고정관념(Stereotype)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3권 분립사상을 근대적 민주주의 정치의 금과옥조로 믿어왔다.
따라서 국민은 4권 분립 제인 교육부 독립 안에 거부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파격적 개혁안을 검토함에 있어 우리는 손문이 중화민국 헌법을 고안할 때 중국특유의 전통을 존중하여 행정·입법·사법의 3원 이외에 고시와 감채의 2원을 독립시킨 5권 헌법을 제창했던 예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서기 4세기이래 「태학」등 조직적인 교육제도를 개발한 문화민족으로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국민으로서 우리의 전통과 필요성에 걸맞는 교육제도를 과감히 시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교육부를 독립시키는 4권 헌법으로써 우리나라 교육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고 또 이를 통해 우리가 가까운 장래에 미일을 앞지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유영익<한림대교수·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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