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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가린 이슬람 비키니 부르키니, 프랑스 해변서 철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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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실내 수영장에서 부르키니를 입고 수영하는 한 무슬림 여성.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 지중해의 프랑스령 코르시카 섬에 이어 휴양도시 3곳이 잇따라 해변에서 무슬림 여성 수영복 부르키니(Burkini) 착용을 금지하면서 프랑스에서 부르키니 논란이 불붙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르키니는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 복장 부르카(Burka)와 비키니(Bikini)를 합친 신조어로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전신 수영복을 뜻한다.

부르키니 금지령에 가세한 휴양도시 3곳은 뢰카트, 오에-플라즈, 르 투케. 이들 도시는 부르키니를 입은 여성이 해수욕장에 가는 걸 31일까지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마침 이날 마누엘 발스 프랑스 총리가 지역신문과 인터뷰에서 “3곳 도시의 조치에 동의한다”고 말하면서 부르키니 논란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무슬림 사회에선 부르키니 금지가 무슬림 차별의 신호탄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한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오르내리는 발스 총리의 입에서 부르키니 금지 옹호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프랑스 정치권에서 무슬림 여성 복장을 문제 삼은 지는 오래됐다. 때문에 무슬림 차별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는 ‘안전 문제’를 내세워 공공장소에서 머리부터 발목까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못하도록 한 ‘부르카 금지법’을 제정했다. 2004년엔 공립학교 및 공공기관에서 히잡 등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는 의상 착용을 법으로 금지했다. 이같은 입법 바탕엔 프랑스 특유의 정교분리원칙인 ‘라이시테(laicite)’가 작용했다. 시민들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는 걸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프랑스에선 라이시테가 자유ㆍ평등ㆍ박애에 이은 4대 정신으로 불릴 만큼 핵심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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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키니를 입은 한 무슬림 여성이 17일(현지시간) 두 자녀와 함께 프랑스 마르세유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러나 극단주의 이슬람세력에 의한 테러가 빈발하면서 정치권에서 라이시테를 명분 삼아 무슬림을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역사학자 장 바우베로트는 “테러리스트와 거리가 먼 무슬림 여성의 수영복을 걸고 넘어지는 건 비이성적이다. 정치권의 이슬람포비아(이슬람혐오증)를 목도하고 있다”며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테러에 민감한 프랑스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정치인들이 무슬림 여성 복장 제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내주 대선 출마 선언 예정인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대학과 민간기업에서도 히잡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 펜 대표는 블로그에 “부르키니 금지는 프랑스 정신”이라고 썼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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