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울광장」… 서울엔「파리광장」|전대통령 불 방문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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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차 정상회담>
【파리=고흥길 특파원】2차 정상회담을 위해 전두환 대통령이 15일 낮 12시30분(한국시간 15일 하오7시30분)영빈관에서 엘리제궁에 도착하자「미테랑」대통령내외는 현관까지 나와 영접.
약45분간에 걸친 단독 정상회담을 마친 양국 정상은 칵테일 장으로 옮겨 오찬에 참석한 양측인사를 서로 소개한 뒤 칵테일을 나누며 환담.
이날 오찬에 앞서 전대통령은 출국 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국보급 우리나라 고서가 보관돼 있음을 알고 보기를 희망했는데 프랑스 측은 이 고서들을 볼 수 있도록 배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관리인「코헨」여사로부터『직지심경』과『왕오천축국전』등 2권의 우리나라 고서보관경위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전대통령은『이 책들이 어떤 경로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든 간에 보존과학이 최고로 발달된 프랑스에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면서『이 책은 특히 세계인쇄술 발달사에 귀중한 자료이므로 잘 보존되어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소개되기를 바란다』고 피력.
전대통령은『이 책들이 한국에 있다면 당연히 국보로 지정되었을 것』이라며 『우리조상들의 빼어난 재주와 슬기가 담긴 귀중한 문헌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준 프랑스 정부에 감사한다』고 치하.
『직지심경』은 1377년 충북 흥덕사에서 활자로 인쇄된 가장 오래된 불경으로 구한말 주한 프랑스대리공사가 가져간 후 1950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했으며, 『왕오천축국전』은 1906년 하노이대학의「펠리오」교수가 중국여행 시 돈 황 유적의 문서가운데서 발견, 입수하여 역시 도서관에 기증했던 것.
오찬석상에서「미테랑」대통령은『한국이 금속활자도 서구보다 훨씬 먼저 발달했고 인쇄제지 술도 프랑스보다 훨씬 먼저 앞섰다』면서『옛날에는 프랑스가 한국을 앞선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고 한국문화의 우수성과 저력을 높이 평가.
「미테랑」대통령은『한국이 천연자원이 빈약하다고 하나 우수한 인적자원이 바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천연자원이 아니냐』며 한국경제발전에 아낌없는 찬사.
이에 대해 전대통령은『서구에서는 우리가 일본과 비슷한 것처럼 얘기들 하나 실은 우리는 일본경제의 15분의1밖에 안 되는 걸음마 단계』라고 비유.

<한-불 정상부인 환담>
엘리제궁에서 제2차 한불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영부인 이순자 여사와「미테랑」대통령부인「다니엘·미테랑」여사는 약30분간 회담 장 옆 거실에서 따로 만나 환담.
「미테랑」여사가『영부인께서 심장병 어린이들을 보살펴 주신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해서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느냐』고 묻자 이 여사는『제5공화국이후 사회복지에 많은 힘을 기울여 가난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딱한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심장재단을 만든 것』이라며 새 세대 심장재단의 활동 내용을 소개.
「미테랑」여사는 또『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지름길은 국민을 교육하는 것이며 특히 어려서부터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교육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
이에 이 여사는『민주주의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다 잘 들릴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도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새 세대 육영회의 사업내용도 설명.

<교민리셉션·시청 방문>
전두환 대통령의 프랑스방문 이틀째인 15일의 일정은「미테랑」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과 프랑스 경제인연합회장 접견 일 정이 추가돼 몹시 바빴다.
전대통령은 숙소인 영빈관에서 열린 재 불 교민 리셉션에 참석, 『어제「미테랑」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오늘 예정에 없던 2차 회담을 가진 것은 매우 파격적인 일』이라고 말하고『그동안 많은 정상회담을 해 뫘지만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한-불 정상회담 결과에 만족을 표명.
한편 전 대통령내외는 이날 리셉션에서 김용호 재 불 한인회장으로부터 크리스틀로 된 에펠탑모형을 선물로 증정 받았다.
전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에 앞서 파리시청을 방문, 이미 구면이 된「시라크」시장 등과 반갑게 악수.
전대통령은「시라크」시장의 안내로 1층 대 접견실에서 시장으로부터 시의회 의원 및 간부들을 소개받고 방명록에 서명.
이 자리에서 전대통령은 이조백자형 도자기를,「시라크」시장은 은 제 다기세트를 선물로 교환.
「시라크」시장은 환영사를 통해『거대한 아시아 대륙에 속한 반도인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일찍이 인접 강대국의 시샘을 받아 몽고 군·만주 군·일본군이 차례로 한국을 정복하려 했으나 아무도 한국을 굴복시키지는 못했다』면서『유럽에 앞서서 문자와 법률을 터득한 단군의 후손들의 불굴의 정신은 어떠한 지배나 이념으로서도 바꿀 수 없었다』고 찬양.
「시라크」시장은 또『오는 6월4일 한불수교 1백주년 기념행사 때 파리의 한 광장을「서울의 광장」이라고 명명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
전대통령은 답사를 통해『귀 시가 14구에 새로 만들어진 광장을「서울의 광장」으로 명명토록 결정한 것을 뜻깊게 생각하며 거기에 호응해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도「파리의 광장」 을 물색중임을 전해 드린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

<영부인 전시회관람>
영부인 이순자 여사는 15일 하오(한국시간 16일 새벽)「미테랑」대통령내외가 주최한 오찬에 참석한 뒤 루브르 박물관 부속 인상파 박물관과 한-불 수교 1백주년 기념 한국매듭 전시회를 한시간 동안 관람.
영부인은「드가」의 작품『카페에서』를 유심히 들여다본 뒤『「드가」의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밝고 화려한데 반해 유달리 회색을 많이 쓰고 인물의 표정이 어두워 쓸쓸한 분위기를 느낀다』고 말하자「마티유」관장은『이 작품을 그릴 당시는 프랑스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금주 령을 내리는 등 어두운 사회풍조였다』고 설명.
영부인은 이어「피에르·카르댕」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매듭전시장에 도착, 한-불 수교 1백주년 기념위원장인「미테랑」대통령의 동생「자크·미테랑」씨와「피에르·카르댕」사장 등의 영접을 받고 인간문화재 김희진씨(52)의 노리개·대련·귀걸이·발걸이 등 매듭 2백여 점을 둘러보고 방명록에 기념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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