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투르 드 프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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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맨십은 이런 것.

프랑스 일주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졌다. 22일(한국시간) 프랑스 피레네 산맥 일원에서 펼쳐진 15구간(1백59.5㎞) 레이스에서 대회 5연패를 노리는 랜스 암스트롱(미국)이 넘어졌다.

암스트롱은 도착지점을 약 9.5㎞ 남겨놓은 지점에서 사이클 핸들이 한 관중의 플래스틱 가방에 걸렸다. 암스트롱이 넘어지자 뒤따르던 이반 마요(스페인)도 함께 넘어졌다.

마요의 뒤에는 얀 울리히(독일)가 오고 있었다. 전날까지 종합성적 15초 차로 1위 암스트롱을 바짝 뒤쫓고 있던 울리히로서는 암스트롱을 따돌리고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울리히는 추월하지 않고 기다렸다. 라이벌의 불운을 기회로 삼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려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의 발휘였다.

암스트롱은 울리히의 배려 덕에 4시간29분26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 울리히를 40초 차로 제치고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구간 1위를 차지했다. 구간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시간까지 얻은 암스트롱은 울리히와의 격차를 1분7초로 벌렸다.

사실 이날 울리히의 배려는 2년 전 은혜를 갚은 것이었다. 2001년 대회 때 울리히가 산악구간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다 넘어졌을 때 암스트롱이 속도를 늦춰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암스트롱은 그때 스포츠맨십을 발휘하고도 우승했으며 이번에는 그 보은의 결과로 대회 5연패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암스트롱과 울리히는 대회 1,2위를 다투는 실력 말고도 이미 모두 승리자가 됐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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