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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Mr.김정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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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1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불렀다.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미스터'를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김정일씨'에 해당하는 경칭(敬稱)을 사용한 것이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은 金위원장을 '독재자''신뢰할 수 없는 사람''주민을 굶겨 죽이는 지도자'등으로 불러왔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 사석(私席)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피그미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난쟁이족.무능한 사람)'라고 부르며 "버릇없는 아이"에 비유했다고 뉴스위크지가 보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의 북한 관측통들은 金위원장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미스터' 사용이 단순한 상징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지난 3년간 金위원장을 줄곧 무시해 오던 부시 대통령이 이제부터는 평양 정권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앞서 김대중 전(前) 대통령도 2000년 2월 9일 김정일 위원장을 남북 정상회담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해 "지도자로서 판단력과 식견을 갖췄다"고 언급,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영어권 인사들은 "부시 대통령이 '미스터'라는 호칭을 사용했다고 해서 김정일을 존중했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며 "부시 대통령이 거꾸로 냉소적으로 '미스터'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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