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과 철거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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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잠실동 잠실주공아파트3단지 새마을시장 앞길. 노점상 일제단속을 나온 강동구청 철거반원들과 노점상들이 차도를 사이에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다.
팔다만 과일·야채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굴러다니고, 곳곳에선 노점상 부녀자들의 비명소리.·
『아시안게임이 9월에 있으니 7월말까지만 하고 자진 철거할 겁니다. 지금껏 국제행사때마다 그래왔어요.』10년째이곳에서 노점상을 해뫘다는50대 행상 문모씨의 하소연.『아시안게임과는 관계없이 주요 간선도로변 노점상 일제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이라고 특별히 봐줄 이유가없지요』단속을 지휘한 구청간부의 말.
철거반원들에게 얻어맞아 다친 노점상들이 구급차에 실려간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기세등등하던 철거 반원들은 어느새 푸른 모자를 벗어 감추고 하나 둘씩 단속현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몇차레 관계당국을 찾아가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구청에서는 이렇게 물리적인 힘을 사용해도 되는 겁니까』 노점상들은 하오4시40분쯤 흥분을 가라앉히고 저녁시장을 보러온 아파트주부들을 상대로 노점을 다시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당국의 단속실적」 과 노점상들의 「생계수단」 이 맞부딪친 현장.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의 수학여행비를 마련하지 못해 이날 아들을 집에서 쉬게 하고 시장에 나온 상인 문씨, 일찍 남편과 사별한뒤 어린 다섯자녀와 살길이 막연해 아직도 두자녀를 고아원에 맡겨두고 노점상을 하다 병원에 입원한 상인 윤모씨등은 생계 터전을 잃는 두려움보다 단속반원들이 자신들에게 주먹을 휘두른 사실에 더 마음아파했다. <최천식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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