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50-60년대가 전성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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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불 영화제집행위장 「필립·잘라도」씨 특별기고
프랑스 「제3대륙영화제」집행위원장인 「필림·잘라도」씨(48)가 오는 11월 낭트시에서 개최되는 제7회 영화제에 「한국영화파노라마」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1일 입국, 그 동안 한국영화30여 편을 보고 영화계 인사를 만난 후 8일 돌아갔다. 「갈라도」씨는 출국하면서 그 동안 본 한국영화에 대한 인상을 중앙일보에 기고해왔다. 【편집자주】
「제3대륙영화제」는 각기 문화적인 환경이 다른 제3세계 각국의 영화를 한곳, 즉 프랑스의 낭트에 모아 전시함으로써 제3세계영화의 발전과 상업적 또는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다· 이 영화제는 크게 경쟁부문과 비 경쟁 부문이 있는데 한국이나 북한도 참석한 바 있다. 내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은 비 경쟁 부문 중「파노라마」행사를 위해 한국영화를 10∼20편 정도 선발하기 위해서다.
그 동안 나는 한국 영화인 또는 비평가, 필름보관소에서 추천하는 영화 중 30여 편을 보았다. 나는 이모든 작품을 끝까지 본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개중에는 영어나 불어자막이 들어간 것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외국어 자막이 없었다. 외국어 자막이 없는 경우 나는 불어에 유창한 한국 친구들의 도움으로 줄거리나 대사의 뜻을 이해 할 수 있었다.
나는 1946년 『자유만세』로부터 최근 개봉직전의 영화까지 보았다. 내가 한국영화에서 느낀 첫 인상은 한국영화의 전성기는 50년대 중기부터 60년대 중기까지의 10여년 간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최근의 한국영화를 충분히 접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지금보다 그 당시의 영화가 뛰어났다.
그 정도 수준의 영화가 어떻게 유럽에 전혀 소개되지 않았는지가 의문이 될정도다.
나는 몇몇 작가, 즉 김기영·임권봉·신상옥·정진우·이두용·유현목·김수용등을 발견해 한국영화의 저력과 밝은 내일을 보았다.
작가로서 가장 강한 개성을 보인 것은 금기영이다. 그의 『하녀수화녀』 『충녀』 등은 매우 흥미롭고 뛰어난 작품이다. 임권택도 훌륭하다. 간혹 주제가 밖으로 돌출되는 둣한 점만 빼놓는다면····.
이두용은 신상옥과 함께 오락성을 지닌 감독이다. 신상옥의 작품은 한국과 해외에서 여러편 보았는데 『성춘향』은 평범하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는 탁월한 작품이다.
한국영화 최대의 결점은 음향·편집·시나리오에 있다. 음악의 작곡 및 선곡이 적절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믹싱도 엉망이다. 내가 만나본 영화인들은 제작시일을 탓하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로 들린다.
한국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순수 예술작품을 상영 할 전용소극장의 확보와 시네클럽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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