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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여왕 방한 초청에 ″희망〃을 표시-전 대통령, 영국서의 나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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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고흥길 특파원】

<정상회담>전대통령, 영국서의 나흘
○…9일 상오 9시(한국시간 9일 하오 5시)다우닝가 10번지 수상관저에서 열린 한영 정상회담은 통역만을 배석시킨 가운데 단독회담으로 진행됐는데 양국간의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반영하듯 시종 정중하면서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
전 대통령과 「대처」수상은 관저에 들어서자 1층 거실의 벽난로를 배경으로 함박 웃음을 띤 채 악수를 나누며 기념촬영.
전 대통령은 사진기자들에게 『미인이신 「대처」수상을 더 돋보이게 찍어달라』고 말하자 「대처」수상은 『정말 감사하다』고 활짝 웃으며 대답.
양국 정상들은 『악수를 한번 더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뒤 기념촬영을 끝내고 정상회담장인 2층 화이트 룸으로 입장.
「대처」수상은 정상회담장인 화이트 룸으로 전 대통령을 안내하면서 『이 방은 영국의 모든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각료회의실』이라고 설명하고 『각하의 첫 방영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거듭 인사.
전 대통령은 또 『수교 2세기를 향하는 시점에서 한국의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세계분쟁지역 중 유럽과 한반도가 우발적인 전쟁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서두로 국제안보 정세에 관한 견해를 피력.
「대처」수상은 전대통령이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자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를 위한 각하의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공감을 표시.
전 대통령은 『선진국들이 자기나라의 이익을 위해 보호구역을 강화함으로써 대공황이 일어나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하면서 『지나친 보호무역주의는 세계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
이에 대해 「대처」수상은 『각하가 지적하신 대로 보호무역주의는 아무도 보호할 수 없다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 『각하의 훌륭한 말씀을 앞으로 가끔 인용해야겠다』고 피력.
회담이 끝난 후 전대통령은 백자와 티스푼을, 「대처」수상은 크리스탈 그릇을 각각 선물.

<대처, 광장서 기다려>

<의장대 사열>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외무성 광장에서 세계 제1의 권위와 품위를 자랑하는 영국 의장대를 사열.
런던 경비사령부 아이어리시가드(Irish Guard)소속 의장병 1백 명과 군악병 74명은 의장대 특유의 두툼한 곰 털모자와 회색코트 차림으로 부동자세로 대기.
전 대통령 내외가 상오 8시 45분 외무성 광장에 도착하자 「대처」수상은 『대통령 각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정중히 인사한 뒤 전대통령의 손을 잡고 「아이리스」사령관을 소개.
이때 의장대장인 「홀트」소령은 우리말로 『각하, 사열준비 끝』이라고 보고.

<영부인 내조를 칭찬>

<수상 주최 만찬>
○…전 대통령 내외는 8일 저녁 7시 50분(한국시간 9일 상오 3시 50분) 「대처」영국수상이 다우닝가 10번지 관저에서 주최한 만찬에 참석.
전 대통령 내외는 이날 이례적으로 관저 현관 밖까지 나온 「대처」수상의 영접을 받은 뒤 관저 2층에 있는 거실인 블루 룸(Blue Room)에서 영국 측 만찬 참석자들을 접견했는데 접견에 앞서 「대처」수상은 『먼길을 오셨는데 이곳 날씨가 좋지 않은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영하의 날씨 인사를 했으며 이에 대해 전 대통령은 『오랜 역사동안 추운 봄 날씨를 이기고 오늘의 영광을 만든 영국민들은 용감하다』고 답례.
「대처」수상은 만찬 사에서 『귀국 역사의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들 중의 일부는 영국과 같이 해전에서의 승리에 의한 것이었다』며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의 가장 유명한 트라팔가르해전에서의 승리보다 2백여년이나 전인 1592년에 이미 일본 함대를 섬멸시켰던 것』이라고 상기. 「대처」수상은 『영부인의 영국방문에 감사한다』면서 『전대통령 뒤에는 부인의 훌륭한 내조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첫 상면인사를 했고 이에 영부인은 감사의 뜻을 표시.
영부인은 옆자리에 앉은 「하우」외상에게 『영국은 역사적으로 여왕 재임 때에 가장 번성한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지금은 여왕에 여 수상까지 계시니 영국이 두 배로 번영할 것』이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
이에 「하우」의상은 「빅토리아」여왕과 「엘리자베드」1세 여왕 때에 걸쳐 대영 제국이 건설됐다』고 영국역사를 설명.
이에 앞서 있은 「엘리자베드」여왕주최 윈저성 오찬에서 영부인은 영 여왕 부군인 「에딘버러」공과 자녀교육 문제에 관해 환담.
이 자리에서 영부인은 『우리아이들이 보통가정의 아이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하자 「에딘버러」공도 『우리 경우도 대중의 이목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어느 나라나 저명인사의 자녀교육은 어려운 법』이라고 동감을 표시.

<여왕 추최 오찬>
○…한국과 영국의 국가원수들은 수교 2세기를 맞아 9백년의 전통을 지닌 윈저성 여왕사저에서 8일 하오 1시(한국시간 8일 하오 9시)오찬을 나누며 1시간 45분 동안 처음으로 대면.
전대통령 내외가 승용차 편으로 왕실저택 현관에 도착하자 「엘리자베드」여왕의 부군인 「에딘버러」공이 현관 앞에서 영접했으며 이어 저택 2층 응접실로 입장, 여왕내외와 첫 상면하고 기념촬영. 영국여왕이 외국원수를 위해 윈저성 사저에서 오찬을 주최하고 기념촬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
영국외무성 관리들은 이 같은 일들이 왕실 의전에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
오찬에서 「엘리자베드」여왕이 『영국에는 처음 오셨습니까』고 묻자 전 대통령은 『전에 관광차 한번 온 일이 있지만 오늘 이처럼 유서 깊은 윈저성을 방문할 기회를 갖게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고 답변.
「엘리자베드」여왕은 『한국의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하신 것이 아닙니까. 한국과 같이 강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의 국가원수를 처음으로 맞이하게 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고 인사.
전 대통령은 「엘리자베드」여왕에게 『기회가 있으면 한국을 방문해 주십시오』라고 초청하자 「엘리자베드」여왕은 부군인 「에딘버러」공으로부터 한국의 발전상에 관해 자세히 들었다면서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고 희망을 표명.
전 대통령은 또 「엘리자베드」여왕이 분단 당시의 상황을 아는 세대와 공산당을 모르는 젊은 세대간에 인식의 차이가 심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공산당의 실상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시위도 하곤 하지만 지금은 자유를 찾아 남으로 넘어온 장년들이 많아 공산세력의 진상을 알리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
오찬을 마친 뒤 전 대통령은 「엘리자베드」여왕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엘리자베드」여왕은 전 대통령에게 최고훈장을 각각 수여한 뒤 선물을 교환.
전 대통령은 자기·우표 책·올림픽기념 티스푼세트를, 「엘리자베드」여왕은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의 도록을 각각 선물.

<영부인 한국학교 교사 초청>
○…영부인 이순자 여사는 9일 하오 3시(한국시간 9일 하오 11시) 신우승 교장 등 런던한국학교 교사 11명을 숙소로 초청, 다과를 함께 하며 격려.
이 여사는 이 자리에서 『요즘 어린이들은 외국의 CM송은 잘 알아도 우리 고유의 국악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고 있는데 얼굴은 한국사람이면서 속마음이 외국사람이 돼서는 되겠느냐』면서 『외국에서 2세 교육은 언어·역사 등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간직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

<북한전세기 동백림착 전 대통령 경호강화>-한국, 서독측에 요청
【런던 AFP연합=본사특약】전두환 대통령의 서독 공식방문을 하루 앞둔 9일 수미상의 사람을 태운 북한의 IL(일류신)-62 전세 비행기가 평양으로부터 동베를린에 도착했다고 믿을만한 소식통들이 밝혔다.
이 소식통들은 한국의 당국자들이 북한 비행기의 동베를린 착륙과 관련, 서독 정부에 즉시 경고하고 전대통령에 대한 경호조치를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관리들은 북한측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전대통령의 유럽 순방기간 중 북한이 전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무장공작원을 투입시키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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