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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도 넘는 열대야 떼창…남방계 말매미가 더 시끄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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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94년 이후 22년 만의 역대급 폭염 속에서 열대야뿐 아니라 매미도 숙면을 방해하고 있다. 시간·장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매미의 ‘떼창’은 대형트럭(85㏈)이나 열차(95㏈) 소음보다 더 시끄럽다. 서울 등 대도시 아파트촌은 더욱 매미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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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섬 현상 서울 도심에 많이 살아
리듬감 없이 ‘치~’ 반복 더 거슬려
나무 꼭대기 높은 데서 붙박이 생활
상대적으로 서늘한 곳 선호하는
북방계 참매미는 새벽녘에 ‘맴맴~’

매미 소음의 주범은 남방계 매미인 ‘말매미’다. 14일 강재연 국립생태원 연구원에 따르면 말매미는 27도 이상의 고온일수록 합창을 하는 확률이 높다. 강 연구원은 “폭염 속에 도심 아파트촌에선 새벽녘까지 수은주가 27도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말매미가 밤새 울어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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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매미 서울하늘공원. [사진 윤석준(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한국에 서식하는 매미는 10여 종. 이 중 하나인 말매미는 남방계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지역에 산다. 열섬 효과가 나타나는 서울 도심에 특히 많다. 매미 중에서 덩치가 제일 커 소리 역시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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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매미 서울하늘공원. [사진 윤석준(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여기에 더해 말매미 울음이 특히 귀에 거슬리는 이유가 있다. 리듬감 없이 ‘치∼’ 하고 반복돼 다른 매미 울음소리보다 더욱 소음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말매미는 나무 안에서도 제일 꼭대기에 주로 산다.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여간해선 자리를 옮기지 않고 한자리에서 계속 울어댄다. 낮에도 울어대지만 밤엔 소음이 하늘로 퍼지지 않고 지표면에서 반향을 일으키기 때문에 더욱 시끄럽게 들린다.

잠에 못 들게 방해하는 것이 말매미라면 가까스로 든 잠을 깨우는 것은 ‘참매미’다. 회사원 신모(51·서울 광장동)씨는 “매일 새벽 5시 반이면 집 앞 야산에서부터 매미가 울기 시작해 이내 아파트 화단 위에서까지 정말 독하게 울어댄다”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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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매미 이대교정. [사진 윤석준(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참매미는 북방계 매미로 도심 등 저지대뿐 아니라 산기슭이나 고지대에 두루 산다. 말매미와 달리 27도 이하의 저온일수록 합창을 많이 한다. 지표면을 달군 열기가 떨어져 온도가 가장 낮아진 새벽대에 주로 우는 것이다. 새벽녘에 아파트 고층까지 날아와 방충망에 달라붙는 놈들이 참매미다. 서늘한 기온을 찾아 고도가 높은 곳으로 올라온 것이다. 참매미는 ‘매앰 매앰 매앰 매앰 매∼앰’ 하고 운다. ‘매미’라는 이름의 어원도 이 녀석 울음소리에서 나왔다. 말매미보다 울음에 리듬감이 있지만 시끄럽긴 마찬가지다.

매미는 1970∼80년대만 해도 서울에선 개체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선 경기도 교외 지역에 비해 개체 수가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 연구원은 “높은 기온뿐 아니라 야간조명이 주광성인 매미 생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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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매미 서울하늘공원. [사진 윤석준(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새나 말벌 등 매미의 천적이 감소한 것도 이유다. 말벌은 소방서나 자치단체에 신고하면 곧바로 제거해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린공원 등 도시에 숲이 조성되고 여기에 플라타너스·벚나무 등 매미가 좋아하는 수종이 많이 심어진 것도 매미 증가에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미가 우는 것은 번식을 위해서다.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운다. 천적에 맞서 숫자를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다. 매미가 떼창을 하게 되는 이유다. 매미 울음은 여름 장마와 함께 시작돼 9월 초까지 이어진다. 강 연구원은 “매미가 많아진 이유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도시라는 환경 때문이다. 물리적 방제로는 매미 소음을 줄일 수 없는 만큼 인간이 매미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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