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특례' 물거품 된 손흥민, 상무도 마음대로 못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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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이번에도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4강 진출에 실패함에 따라 ‘메달 확보’를 통해 병역 혜택을 기대한 손흥민(24ㆍ토트넘 홋스퍼)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현행법상 병역의무가 있는 대한민국 남성은 만 29세 6월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입대를 해야 한다.

병역 특례 혜택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에 한해 주어진다. 손흥민 입장에선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을 기약해야 한다.

손흥민 입장에선 두 대회 모두 출전이 불투명하다. 우선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은 러시아 월드컵 직후에 개최된다. 소속팀 입장에선 두 개 대회 연속으로 손흥민이라는 ‘자원’을 잃게 되기 때문에 아시안게임 출전을 허락할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고 손흥민 입장에서도 월드컵을 포기하고 아시안게임에만 출전할 수도 없다.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은 4년이나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개인 커리어상 불명확한 문제가 있다.

사실 손흥민은 국가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유난히 병역 혜택과 인연이 없었다. 4년 전 남자 축구가 동메달을 땄던 런던 올림픽에서도 손흥민 측은 당시 소속팀(바이엘 04 레버쿠젠)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대다수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런던올림픽 팀이 동메달을 수상하면서 손흥민 측 입장에선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손흥민 측이 불참을 선언하자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 김현성, 지동원을 선택했다. 당시 축구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면서 이들 멤버는 병역혜택을 받았다.

손흥민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순간에 함께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손흥민의 소속팀인 레버쿠젠이 차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같이 활동한 박주호(29ㆍ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소속팀의 허가를 받아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병역 혜택을 받았다.

만약 손흥민이 군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어떤 경우의 수가 있을까. 손흥민은 중학교 졸업 학력인 탓에 현역이 아닌 보충역 4급 자원이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상주 상무에 입단하는 편이 낫다.

선배 이동국(37ㆍ전북현대 모터스)처럼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상무에 입단했고, 상무에서 폼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상무 입대의 경우 K리그에서 6개월 이상 뛰어야하는 조건이 있다. 더군다나 단순 임대가 아닌 완전 이적을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손흥민 입장에선 이적료 협상 등을 놓고 한국 프로축구 구단, 유럽 소속팀 사이에서 까다로운 협상을 벌여야 한다.

손흥민은 지난해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당시 소속팀 바이엘 레버쿠젠에 이적료 2200만 파운드(당시 가치 약 300억원)를 안겨주고 떠났다. 손흥민의 시장 가치가 당시보다 떨어진다 하더라도 K리그 구단 입장에서 손흥민은 영입하기에 너무 비싼 선수라는 의미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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