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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의 전투기 F-22를 꼼짝 못하게 만든 '작은 친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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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 랩터 [사진 미 공군]

미 공군의 F-22 랩터(Raptor)는 지구상 최강의 전투기다.

일반 전투기와의 모의 공중전에서 108대 0의 격추비를 기록했다.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에 강력한 엔진과 레이더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무시무시한 전투기도 ‘작은 친구들’ 앞에선 꼼짝 못했다. 꿀벌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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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글리 기지 배치 F-22 배기노즐에서 발견된 벌떼들. 양봉 전문가 앤디 웨스트리치가 진공흡관으로 벌떼를 조심스럽게 모으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지난 6월 11일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 공군기지에서 일었던 일이다. 192전투비행단 소속 F-22가 갑자기 비행정지가 됐다. 배기노즐에 엄청난 숫자의 벌떼가 붙어있는 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랭글리 기지는 2005년 12월 F-22가 첫 실전배치된 곳이다.

처음엔 미 공군은 벌떼를 제거하려고 했다. 그러나 정비반 주임인 재프리 배스킨 상사는 “벌은 소중한 동물이다. 벌이 없으면 많은 식물들이 죽는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그래서 기지 인근에서 양봉 전문가인 앤디 웨스트리치를 긴급히 불렀다.

웨스트리치는 조심스럽게 진공흡입기로 벌떼를 빨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모은 벌은 2만마리로 추정된다. 웨스트리치는 “내 평생 본 벌떼 가운데 가장 수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벌떼를 벌꿀 맥주를 만드는 회사로 보냈다.

벌집은 시간이 갈수록 개체수가 많아져 과밀상태가 된다. 보통 봄이 되면 한 무리의 일벌들이 기존 벌집에서 갈라져 나와 새 여왕벌을 만들고, 새 벌집을 만들 장소를 찾는다. 여왕벌은 최대 열흘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보금자리를 찾는다. 일벌들은 여왕벌 주변을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 적당한 곳을 찾으면 꿀벌들이 새 벌집을 만들고, 여왕벌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분봉(分蜂)’이라고 한다.

웨스트리치는 “여왕벌이 분봉하러 날아가던 중 피곤해 F-22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거나, 아니면 F-22를 적당한 보금자리로 생각한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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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즈(오른쪽)와 캐나다 차량에서 발견된 벌떼. [사진 페이스북ㆍ트위터 캡처]

지난 5월 영국 웨일즈와 6월 캐나다에선 차량에서 달라붙은 벌떼가 발견됐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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