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하루 4시간, 전기료 17만2180원 → 13만87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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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새누리당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7~9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당정은 이번 요금제 완화로 전국에 2200만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왼쪽)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당정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정부가 결국 한발 물러섰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이기려고 에어컨 좀 썼다가 요금 폭탄을 맞은 가정이 급증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합리성이 드러났는데도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현 누진제를 고수하겠다고 고집했고 한시적 경감에도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여론이 크게 악화한 데다 대통령까지 나서자 정부도 버티지 못했다.

7~9월 한시적 누진제 완화 Q&A
전국 가구 평균 1만9000원 감면
“전기 많이 쓰는 집엔 혜택 적어”
납부한 7월 전기료는 차액 환급
요금 체계 개편은 장기 과제로
“또 땜질 처방 되풀이” 지적도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11일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와 저소득층 지원 등 전기요금 누진제의 애초 취지는 살리면서도 국민의 부담을 한시적으로 경감하기 위해 누진제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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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대로 대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또다시 ‘땜질식 처방’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전력 사용량의 13%에 불과한 가정용 전기에만 징벌적 요금을 부과하는 요금 체계에 대한 비판이 비등했지만 당정은 이를 ‘장기적 과제’로 미뤄뒀다.

과거에 정부는 수차례 누진제 완화를 추진하다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지식경제부(현 산업부)는 2009년 에너지 수요관리대책을 내놓으면서 6단계인 누진 구간을 3~4단계로 축소하고 최고·최저단계 요금 차이인 누진 배율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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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말고 합리적인 요금 체계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성수 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전기공학부 교수는 “누진제를 진작 손봐야 했지만 전력 공급이 크게 달리고 부자 감세 논란도 이어지다 보니 과거에는 개편 논의가 금세 사그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 수급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불합리한 요금제도를 전면적으로는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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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 누진제 방식을 완화했기에 요금이 덜 나오는가.
“현행 6단계인 누진제 체계에서 구간의 상한을 50㎾h씩 높였다. 현재 월 500㎾h 넘게 전기를 쓰면 6단계(709.5원)에 들어가 1단계(60.7원)보다 11.7배가 뛴 전기 요금을 적용받는다. 7~9월에는 전기를 550㎾h 사용해도 한 단계 낮은 5단계(417.7원) 요금을 적용받게 된다.”
전기요금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나.
“정부는 이번 조치로 7~9월 요금이 평균 19.4%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감면 비율은 중간 구간인 3~4단계가 23%로 가장 높다. 이미 7월 전기요금을 납부한 가정은 9월에 환급받을 수 있다. 전기를 쓰는 2200만 모든 가구가 총 4200억원의 전기요금을 할인받는다고 정부는 추산했다.”
최근 사용량이 319㎾h로 5만3010원의 전기요금이 나왔다. 여기에 최신형인 삼성전자 무풍에어컨(소비전력 1.88㎾)을 하루 4시간씩 30일 사용했다. 요금은 얼마가 되나.
“이 에어컨을 가동하면 한 달에 225㎾h(1.88㎾X4시간X30일)의 전력을 소비한다. 기존 사용량 319㎾h와 더하면 총 544㎾h가 된다. 기존 요금체계로는 17만2180원을 내야 하지만 누진제가 완화되면 13만870원만 내면 된다.”
에어컨을 많이 틀어 1000㎾h를 썼다면.
“한시적으로 경감되는 누진제에서는 550㎾h를 초과해 전기를 쓰게 되면 요금이 일정하기 때문에 감면율은 떨어진다. 기존에 54만30원을 냈다면 이번에는 50만3150원을 낸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작업은.
“정부는 일단 현행 누진제의 기본 골격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당정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장기 대책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주택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문제점 등에 대한 논의도 이번 당정협의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글=하남현·김민상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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