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콩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교도소의 「콩밥」이 사라진다.
1930년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교도소 급식이 56년만에 바뀌는 것이다.
부식이 신통치 않아 모자라는 단백질을 콩으로 보충한다는 의도가 콩밥 급식을 가져왔다.
그러나 콩밥은 실제로 새까만 보리밥 덩어리라는 것이 감방 경험자의 말이다. 「마땅히 섞어야 할 쌀은 물론이고 콩도 낟알을 헬 수 있을 정도로 밖에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 『옥창 너머 푸른 하늘』이란 옥중기를 쓴 어느 교수의 증언이다.
물론 이것은 60년대 얘기지만 재소자들은 이른바 「콩밥」을 먹으면서 사실은 진짜 콩밥을 먹길 원한다는 것이다.
함께 주는 국도 콩나물국이나 무우시래기국 등인데, 이것도 건더기는 거의 없는 소금 국물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석 이희승 저 『한개의 돌이로다』를 보면 일제 치하의 형무소 급식은 더 형편이 없었다.
『콩이 반이 넘고 조나 수수나 보리를 섞어서 큰 다식 만하게 판에 박아 만든 6등 밥과 별로 씻지도 않아서 진딧물·벌레·돌이 섞인 무우 줄거리와 소금물로 끓인 국이란 것이 모두 얼어 있었다. 이것도 좀 많았으면 하고 감지덕지 먹고 나면…』
그런 급식으로 43년 겨울의 두어달 동안에 함흥 형무소 안에서만 3백60명이 죽어 나갔다고 한다.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은 굶주리다 못해 벌레라도 잡아먹을 기세다.
85년 판 일본의 『범죄 백서』를 보면 일본의 급식은 주식이 하루 2천4백 칼로리의 1등식에서 1천7백 칼로리의 5등식으로 나뉘어 있다. 쌀과 보리 혼합으로 중량비는 쌀 65대 보리35다.
그것만 해도 앞으로 수정될 쌀과 보리 반반 비율의 우리 급식보다 낫다.
부식도 8백 칼로리를 밑돌지 않는다.
잘 사는 나라 미국의 감방 급식도 우리보다 나은 건 사실이다. 아침은 곡물식이나 팬케이크, 점심은 간단한 경식사로 삶은 감자·옥수수·완두콩·건포도와 살구·육류가 있다.
미국의 교도소에는 사식이 없다. 누구나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싸지만 영양가 많은 음식을 충분히 지급 받는다.
그러나 『감방의 소리』라는 재소자의 수기를 보면 「식사 속에는 머리카락에서 쥐에 이르는 잡물이 들어 있기 일쑤」라는 개탄이 나온다.
우리 법무부는 지금 콩 수입에 따른 8억원의 외화와 콩을 삶는데 드는 1억원의 연료비를 절약하기 위해 「콩밥」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절약도 좋지만 영양가 많은 급식을 외면하진 말기를 바란다.
「콩밥」 시대가 오히려 좋았다고 하는 소리는 더더구나 안 나와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