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TV, 프로제작의 자율성이 대전제 | 어떤 제도에서 어떻게 제작·운용돼야 하나(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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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1일 새로운 유선방송관리법 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한국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케이블TV시대를 맞게 됐다. 유선방송이 본격화되면 우선 방송내용의 다양화로 시청자들의 채널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가전업계등 영상산업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선방송관리법의 제정은 선진국에서 이미 일반화돼 있는 이 첨단정보매체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정한 것으로 유선방송이 그 본래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발휘할수 있도록 조건과 여건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1세기를 향한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일방적인 프로그램 시청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요청, 받아들이는 「뉴미디어」시대를 여는 유선방송으로 발전하려면 어떤 제도와 조건이 있어야 하며 프로그램제작과 송출의 구체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전문가들에게 들어본다.
▲원우현교수=내년부터 유선방송관리법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도 이제 새로운 통신혁명의 시대를 맞게 되었읍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 이유선방송이 한국작인 특수상황에서 어떻게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 나갈지요.
▲손용교수=원래 유선방송이란 난시청지역의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안테나를 설치하고 유선으로 TV를 시청하는 형태에서 비롯됐읍니다. 동축케이블을 이용하던 송출방법은 이제 광섬유를 이용한 광통신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읍니다.
방송내용 또한 재송신만 하다 자체프로그램을 제작·방송했고, 요즘은 각종 생활정보를 전달해 주는 종합정보 전달매체로 각광을 받고 있지요.
▲원우현교수=케이블TV가 단순한 TV방송의 재송신에서 벗어나 전자화된 각종 정보를 전송할수 있고, 기술의 발달과 함께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를 요청, 수용하는 쌍방향기능이 가능해지자 케이블TV에 대한 기대는 대단히 커졌읍니다.
이에따라 미국에서는 70년대부터 케이블TV를 단순한 TV방송에 관련된 부차적인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광역통신시스팀으로 간주하여 이에 대한 정책 또한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있었지요. 72년의 미국 케이블정책은 이를 받아들여 케이블을 「커뮤니케이션혁명을 기약하는 성장세의 기술」로 묘사했는데, 이는 결국 케이블TV를 단순한 기존방송의 연장이라기 보다는 혁신적인 비방송서비스를 더욱 크게 기대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지요.
▲서=지금까지의 방송이란 대량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일방적인 정보유통이었지요. 사회계층은 점점 더 전문화·다양화되어가고 있는데, 대중취향의 공통분모적인 일방적인 정보유통은 그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지요 따라서 전문화된 각 계층의 욕구를 쌍방적인 교류속에 충족시켜 주는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이 요구된 것이지요.
▲손=최근 1년동안 뉴욕에서만 50여개의 케이블TV방송국이 생겨날 정도로 미국은 가히 「유선TV의 천국」 입니다. 85년 현재 5천8백여개의 방송국에 그 보급률은 42%입니다. 90년에는 보급률이 5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읍니다.
82년에 붐을 타기 시작한 일본도 3만4천여개의 CATV방송국에 3백70여만가구가 가입했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발전했읍니다. 영국에서도 CATV방송의 활동이 활발하며, 서독도 최근 유선TV방송을 시작했읍니다. 이러한 바람이 마침내 우리에게도 불어닥친 게지요.
▲서=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평가가 있어야 합니다. CATV도 마찬가지로 내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돼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 그에 관련된 문제점도 짚고 넘어가야지요. 우선 대두되는 숙제로는 CATV의 운영문제로서 공영화냐 민영화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원=이 새로운 정보전달매체의 도입이 기존매체와 정책적인 문제를 떠나서 결정되지는 못하리라고 봅니다. 따라서 우선 유선방송체제를 공동통신체로 볼 것이냐 방송매체로 볼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새로 제정된 유선방송관리법안은 이를 방송매체의 하나로 보고 기존의 방송법이나 언론기본법안의 테두리속에 넣으려고 하는 것같읍니다.
기존의 방송이 공영화이후 정부의 정책적 입장및 여론의 공공성등에 치중한 것에 비해 CATV는 여론의 다원화와 다양한 정보의 제공이란 면에서 현재의 공영체체안에서의 방송체로 그대로 볼수는 없다고 봅니다.
▲손=그렇읍니다. 앞으로 많은 연구를 거쳐야할 것이지만, CATV를 현재의 방송체제를 보는 차원으로 이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케이블TV란 전달매체는 단순한 방송적 차원뿐만아니라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비TV서비스를 포함하기 때문에 방송만으로는 볼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새 유선방송관리법안은 민간의 주식소유 49%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CATV를 방송체로 보면서 공영화와 공익성제고란 측면을 강조한 방안으로 봅니다.
우리 방송이 민영화에서 공영화체제로 바뀐지 5년이 지났읍니다. 그러나 그동안 과연 이 방송의 공영화정신이 제대로 구현됐느냐 하는 것은 찬찬히 살펴보아야할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 민간주식 49%이하 규정이 의미하는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할 것입니다.
▲원=유선방송관리법안의 제정배경은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현재의 방송체제를 다양성으로 보완하는 정책결정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기존의 방송체제가 공영체제로 운영되느니만큼 CATV는 민영화의 차원에서 운영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존의 방송과 똑같은 경직된 체계로 방송망의 핏줄만 확산시켜 놓아서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또 CATV란 수용자가 보고싶은 것을 선택하고 버릴수 있는 것으로 철저한 「시장성의 원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결국 민영화의 원리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손=미국의 경우 CATV방송국의 자본구성은 그 38%가 방송자본, 21%가 프로그램공급회사자본, 33%가 신문자본으로 되어있읍니다.
▲서=CATV란 근본적으로 전문화된 계층에 특수정보를 제공해주고, 쌍방적 정보유통이 가능해야 하며, 제작및 정보유통에 대한 자율권이 주어져야 제대로의 기능을 발휘할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영화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의 굴절된 공영방송체제가 그대로 CATV에도 적용된다면 또다른 실상실이될 것입니다.
▲원=일반 시청자들이 CATV에 요구하는 것은 전문적인 정보와 각자의 욕구충족으로 그 다양성이 크게 요구됩니다. 따라서 소유형태를 제한함으로써 어떤 규제를 가하기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유선방송의 무질서를 규제하는 규정을 두어야한다고 봅니다.
영국의 경우 IBA라는 자율적인 유선방송협회가 중심이 돼 광고를 내고 사용료를 받고, 공공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읍니다.
▲손=현실적으로 막대한 시설비가 드는 동축케이블등의 설치, 즉 전달체시설비등의 하드웨어쪽까지 민간이 운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방송시설은 전기통신공사의 유선시설을 이용해야한다고 봅니다.
▲원=유선방송관리법안 20조는 유선방송시설을 설치함에 있어 특별한 경우가 아닌한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유선방송시설을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읍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통신공사가 공사이므로 하드웨어를 공공기업에서 설치·관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원칙에 맞아떨어진 셈이지요 그러나 하드웨어의 관장기구가 소프트웨어분야,즉 방송내용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금지돼야 합니다.
▲서=현재 법안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은 광고방송 여부, 시청료징수, 보도부문제작문제등도 CATV방송에 있어 그냥 지나칠수 없는 중요한 이슈들입니다.
▲원=개인적인 시청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면에서 약간의 광고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익의 일정액이 공공이익을 위해 쓰여지도록 별도의 규정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손=미국에서는 대부분 광고방송 없이 사용자들이 시설비와 사용료 일체를 부담하고 있읍니다. 이는 완전히 민영화된 대기업에서 CATV를 운영함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서=CATV방송은 원칙적으로 보도제작물을 포함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에서는 처음에는 가치의식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반프로그램에서 시작하여 점차 보도제작물까지 포함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용자들의 뉴스에 .대한 고갈증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손=우리가 AFKN을 통해서 볼수있는 미국의 CNN은 외국에 특파원을 내보내는 뉴스전문 유선방송이지요 .단신거리보다는 종합취재구성의 뉴스가 CATV 내용으로는 적합할 것입니다. 시장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프로그램의 형식과 편성등도 새롭게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서=미국의 경우 뉴스전문의 CNN을 비롯, 음악전문의 MTV, 영화전문의 HBO, 스포츠전문TV등이 기존의 방송인 ABC·CBS·NBC등을 위협하고 있지만, 우리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중전달정보가 전문화되어가고 있는 계층의 정보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CATV는 큰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봅니다.
▲원=CATV의 등장이 우리방송문화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그 제작에 대한 자율권보장여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유선방송관리법제정안을 보면 곳곳에 통제적인 조항이 있어 CATV의 생명인 프로그램의 질과 다양성에 과연 어떤 변화를 줄지 의문입니다.
기존의 방송법이나 언론기본법이 「좋은 보호」 보다는 「통제」 측면이 많은데, 이러한 제한규정이 CATV에도 준용된다면 문화의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서=결국 현재의 방송체계를 운영하는 골격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것으로 CATV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이 새로운 골격의 조건으로는 소유권 문제와 제작의 자율권등이 필수적인 것이되겠지요. 따라서 이에대한 연구와 검토가 앞으로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정리·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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