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빚때문에…' 소방관이 불지르고 중년부부 살해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새벽 3시경 경기도 안성시 당왕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범행 직후 직접 화재신고…수사망 좁혀오자 자살시도

마침 화재를 목격한 소방관이 화재신고를 해 10여 분만에 불길이 잡혔다.

집 주인 A씨(64)와 아내 B씨(55)는 거실과 안방에서 숨져 있었다.

화재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됐지만 감식 결과 부부의 시신에서 흉기에 찔리고 둔기에 맞은 상처들이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불이 나기 전에 살해됐다는 소견을 내놨다.

경찰은 누군가 부부를 살해한 뒤 불을 내 화재사고로 위장하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인근에서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흉기도 발견됐다.

사건이 일어난 일주일 뒤 엉뚱한 곳에서 용의자가 붙잡혔다.

놀랍게도 유력한 살인 용의자는 현직 소방관 최모(50)씨였다. 처음 화재신고를 했던 바로 그 소방관이었다. 화재 당일 목격자로서 참고인 조사도 받았다.

그는 10일 오후 4시50분쯤 안성시의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서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으려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구조됐다.

병원으로 이송되던 최씨는 경찰관에게 범행을 자백했다. "강도짓을 하려고 집에 들어갔다가 싸움이 일어나 부부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그동안 도박빚 때문에 금전적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씨는 하루 전날(9일) 범행도구가 경찰에 발견되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껴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씨의 치료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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