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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전기 도둑…집에서 농사용 쓰고 전봇대서 몰래 빼오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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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중순 대전에서는 전봇대에 몰래 전선을 연결한 뒤 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하던 음식점 업주가 적발돼 1104만원의 위약금을 물었다. 논산에서는 농사용 전기를 끌어다 가정용으로 사용하던 주민에게 170만원의 위약금이 부과됐다.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기를 몰래 사용하는 위약(계약 위반)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반기 1144건 적발 132억 위약금

9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 1~6월 부당한 방법으로 전기를 사용하다 적발된 사례가 1144건으로 집계됐다. 이들에게 청구된 위약금은 132억300만원이나 된다. 지난해는 전국에서 불법 전기 사용으로 1989건이 적발돼 164억2000만원의 위약금이 부과됐다.

올해 유형별로는 계약 없이 사용한 경우가 5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계기 조작 365건, 무단 증설 234건, 계기 1차측 도전(盜電·외부 전선을 건물 내부 배선과 연결하는 수법) 31건 등이었다.

계약 위반은 농사용 전기를 다른 용도(주택 등)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사용 전기가 가정용(주택) 전기보다 공급단가가 낮기 때문이다. 500㎾h를 기준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돼 13만260원을 물어야 한다. 반면 농사용 전기는 5분의 1이 안 되는 2만5440원에 불과하다. 일부 농가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농사용 전기를 불법으로 끌어다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농촌이라고 해도 농사용 전기를 집에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올 상반기 부과된 위약금은 계기 조작이 73억6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무단 증설 46억3900만원, 계약 없이 사용한 경우 8억3400만원, 계기 1차측 도전 3억6700만원 등 순이었다. 위약금은 불법으로 사용한 전기요금의 2~3배를 추징하고 최장 10년까지 소급 적용할 수 있다.

은폐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 6월 충북에서는 농사용 전기선을 땅속으로 매설해 집으로 연결한 뒤 5년간 사용한 주민이 검침원에 적발됐다. 이 주민이 물어낸 위약금은 1500만원에 달했다. 검침원들은 “전기도둑을 적발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몰래 연결한 전깃줄을 찾기 어려운 데다 강제로 수색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현장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 검침원들은 주택이나 건물 바깥쪽에서 계량기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확인한다. 한전은 위약 행위가 적발된 건수의 몇 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전기를 불법으로 사용하면 전기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당한 계약을 체결한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셈이다. 무단으로 전기를 사용하다 발생한 화재와 인명사고는 보상도 이뤄지지 않는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를 훔쳐 사용하다 적발되면 ‘재수가 없다’는 생각이 아직도 만연해 있다”며 “현장 관리를 강화하고 용도와 목적 이외로 사용하면 거액의 위약금이 부과된다는 점을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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