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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걷던 길 따라…전국서 몰려든 관광객 ‘힐링 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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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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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휴가 중 깜짝 방문 이후 울산시 태화강변 십리대숲에서 평소보다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 기간 중 울산 십리대숲을 깜짝 방문했다. 십리대숲은 박 대통령이 같은 달 4일 국무회의에서 여름 휴가지로 추천했던 곳이기도 하다.

울산 십리대숲 직접 가보니
10m 넘는 대나무 빽빽한 산책로
그늘 밑은 숲 밖보다 4~7도 낮아
폭염도 소음도 차단된 치유 공간
시, ‘대통령 휴가지’ 관광상품 계획

기자는 십리대숲 입구인 오산광장에 지난달 31일 오후 4시30분쯤 도착했다. 십리대숲은 면적 23만5600㎡로 세 구역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무거동 태화강 철새공원이 12만5000㎡로 가장 넓다. 이어 태화동 태화강 대공원이 10만㎡, 무거동 삼호섬이 1만600㎡이다.

대통령 방문 효과 때문인지 이날 전국에서 찾아온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걸어서 산책했지만 일부는 2인용 자전거를 타고 대숲을 달렸다.

대숲 산책로 입구에 들어서니 하늘 위로 쭉쭉 뻗은 대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십리대숲은 10리(4㎞)에 걸쳐 대나무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십만 그루의 대나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히 몇 그루가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이름에 걸맞게 지름 10㎝, 높이 10m는 족히 넘을 대나무가 산책로 주변에 빽빽하게 솟아있다. 100여m를 걸어 들어가니 금방 주변이 어두워졌다. 대나무가 만든 그늘 때문이다.

이날 울산은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기록했다. 폭염경보도 일주일 넘게 이어졌다. 하지만 산책로 안에선 대나무 그늘의 시원함이 온몸에 느껴졌다. 폭염을 잊기에 충분했다. 바람이라도 불면 그 시원함은 배가 됐다. 울산시에 따르면 대나무숲의 안팎 온도차가 4~7도나 된다고 한다.

500여m 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니 주변이 고요해졌다. 대나무 장막이 소음마저 차단시켜 준 것 같았다. 숨을 들이쉬자 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묻어나는 풀냄새와 대나무 향이 기분 좋게 코를 자극했다. 숨을 깊이 들이쉬니 가슴 속까지 뻥 뚫리는 상쾌함이 느껴졌다. 대나무숲에서 발생한, 공기 속 비타민이라 불리는 음이온 덕분에 심신도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산책로 의자에 잠시 앉아 눈을 감으니 머리가 맑아졌다. 산책로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주민도 보였다.

십리대숲의 백미는 대나무들이 선사하는 노랫소리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대나무 이파리들이 서로 부대껴 ‘사사삭’ 소리를 낸다.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하태식(35)씨는 “대통령이 깜짝 방문해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대나무숲의 향이 좋고 시원하다”며 “여름에 와 볼만한 곳인 것 같다”고 말했다.

1㎞를 더 걸으니 길이 250m의 덩굴식물터널이 나왔다. 이곳 천장에는 조롱박과 수세미·호박 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모습에 시선이 갔다. 김경숙 십리대숲 생태해설사는 “대통령께서 이곳을 보신 뒤 예전에 어렸을 때 수세미와 조롱박을 많이 키워봤다고 하셨다.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한 아이디어가 좋다고 칭찬하셨다”고 말했다.

덩굴식물터널을 끝으로 십리대숲 체험을 마무리했다. 1.7㎞를 천천히 걷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울산시는 대통령이 방문한 십리대숲과 동구 대왕암공원 코스를 연계해 ‘대통령 휴가지 따라가기’ 관광상품을 만들 계획이다.

울산시 관광진흥과 옥동석 주무관은 “십리대숲에 주말 평균 2000여 명이 찾는데 대통령 방문 후에는 5배 가량 늘어난 1만여 명이 찾고 있다”며 “대통령이 들른 곳은 반나절 코스로 코레일과 지역 호텔 등과 연계해 1박2일 또는 2박3일 코스의 대통령 휴가지 머물기 관광상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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