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구두만 3,000켤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마닐라 AP·UPI=연합】「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 가족들이 떠나버린 말라카냥궁에는 끝내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버린 한 장기집권자 가족들의 생활이 얼마나 호사스러웠는가를 말해주는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말라카냥궁을 방문한 영국의 사진기자 「알렉스·보위」는 궁 지하에 있는 「이멜다」의 옷장 속에 쌓여있는 세계 최고급 유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의상과 구두·핸드백, 그리고 장신구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보위」씨는 「이멜다」의 옷장 안에는 백화점 한곳을 채우고도 남을 호화 사치품들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말라카냥궁 지하에 있는 가로 21m, 세로 21m의 한 대형 방에는 2천 2백 켤레의 구두를 비롯, 수백 벌의 의상·장신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길이가 2m가 넘는 대형거울 옆에는 프랑스제 루이 뷔통 핸드백이 가득 쌓여 있었다고 「보위」씨는 전했다.
필리핀의 타임즈 저널지는 「이엘다」가 사용하던 서랍들 속에 보관된 청구서들을 조사한 결과 「이멜다」는 상오 한나절에 1백만 달러 어치의 보석을 구입하고 하오에는 2백만 달러어치의 골동품을 사들인 사실이 밝혀졌다고 폭로했다.
이 신문은 또 「이멜다」가 10만 7천달러의 이브닝가운의 구입을 서슴지 않았으며, 이탈리아의 유명디자이너 「발렌티노」로부터는 실크드레스 6벌을 한꺼번에 주문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이멜다」의 옷장에는 구치, 웅가로, 샤를 주르당 등 최고급 구두들이 3천 켤레가 있었고 최 고가품 파티용 장갑 68짝과 한번도 사용치 않아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있는 구치 핸드백들이 선반 위에 쌓여있었다고 말했다. 「이멜다」의 보석들로 가득 찼던 수백개의 보석상자들도 「이멜다」의 사치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 보석상자에는 1만 9천 달러라는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있었다.
말라카냥궁 정리작업을 자원한 「마리아·테네사·록사스」 여인은 『우리는 필리핀 국민들이 이 사치를 직접 목격하고 그들이 가난해야만 했던 이유를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