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무서운 전기료 폭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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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1 면

6일에도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이날 경기도 수원·이천, 대전, 대구, 충북 청주·충주, 경북 상주·안동·구미에선 수은주가 35도를 넘어섰다.


앞서 5일 36도를 기록했던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이날 34도로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서울·대전·대구·광주 등지에 내려진 폭염경보는 유효하다.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이번 폭염에 대해 기상청은 “중국 북부에서 평년 대비 5도 높게 가열된 뜨거운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주에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크게 웃도는 찜통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도 ‘전기료 폭탄’이 걱정돼 에어컨을 못 켜는 가정이 많다. 주부 박세정(37·경기도 화성시)씨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온 직후 서너 시간을 빼면 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에어컨을 틀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6단계 누진제가 적용된다. 1974년 석유 파동 이후 도입됐다. 사용량이 적은 1단계(100㎾h 미만)에선 ㎾h당 요금이 60.7원이다. 사용량이 500㎾h를 초과하면(6단계) 요금이 11배 이상인 709.5원으로 뛴다. 한 달 요금을 2만5800원(사용량 213㎾h) 내는 가정에서 매일 8시간 에어컨을 틀면 어떻게 될까. 전력 소비량은 3배(645㎾h)로 늘지만 요금은 25만3650원으로 10배 이상 많아진다.


이처럼 급격한 누진제는 한국이 유일하다. 역시 누진제를 채택한 미국(2단계·1.1배), 일본(3단계·1.4배)과도 차이가 너무 난다. 영국·캐나다·프랑스는 단일 요금제다. 국내에서 누진제는 산업용과 일반 업소용엔 적용되지 않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정에만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현행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6단계를 4단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최근 내놨다. 그러나 정부는 제도 변경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7~9월 석 달간 한시적으로 시행한 누진제 완화도 올해는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에 출석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누진제 1~2단계는 원가 이하로 제공 중인데 단계 숫자를 줄이면 누군가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시윤·염지현 기자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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