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중전으로 승부, 나브리 봉쇄해야 멕시코 공격력 탄탄 … 허술한 수비 약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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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4 면

2016 리우 올림픽 축구 C조 조별리그는 한국·독일·멕시코의 ‘3파전’ 양상이다. 5일 1차전에서 피지를 8-0으로 대파하며 첫 단추를 잘 꿴 한국이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한국이 1차 목표인 8강에 진출하려면 독일과 멕시코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8일 오전 4시 독일과 2차전을 치르고 11일 오전 4시 멕시코와 최종전을 갖는다. 한국은 남은 두 경기에서 최소 1승1무 이상을 거둬야 8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에 이어 올림픽 축구 2회 연속 메달을 노리는 한국은 이번 조별리그에서 끝까지 마음을 졸여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과 독일·멕시코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처지는 피지를 상대로 최대한 많은 골을 넣어야 하고, 다른 경기에선 많은 승점을 얻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5일 1차전에서 맞붙었던 독일과 멕시코는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중앙SUNDAY는 리우 올림픽 C조 조별리그 1차전이 열렸던 5일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경기장에서 경쟁국인 독일과 멕시코 기자들을 만나 그들의 전략을 들여다봤다. 두 나라 기자들은 “한국·독일·멕시코의 전력은 종이 한 장도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다. 어느 팀이 8강 토너먼트에 올라갈지 매우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짧은 소집 기간, 더 강해질 독일1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독일과 멕시코 중 내용 면에서 더 만족했던 나라는 독일이다. 볼프 치머만 dpa통신 기자는 “독일 올림픽팀은 준비 과정이 일주일도 채 안 됐다. 멕시코전은 팀이 결성된 뒤 치른 첫 경기였다.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걸 감안하면 100점에 가까운 점수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호르스트 흐루베슈(65) 독일 올림픽팀 감독이 로커룸에서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내용에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위르겐 클로제 ARD 기자는 “역대 월드컵이나 유로 등을 보면 독일 축구는 토너먼트에 특히 강하다. 경기를 할수록 더욱 전력이 좋아지는 능력이 있음을 멕시코전에서 보여줬다”고 말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28년 만에 본선에 오른 독일은 18명의 멤버 가운데 17명이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청소년 시절부터 각 프로 팀에서 성장한 선수가 많아 기본기가 탄탄하다. 특히 1m85㎝가 넘는 장신 필드 플레이어가 9명이나 된다. 멕시코전 1-2로 뒤진 후반 33분 코너킥 상황에서 독일의 장신 수비수(1m89㎝) 마티아스 긴터(22·도르트문트)는 헤딩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독일은 한국전에서도 세트 피스나 제공권 경합 상황에서 위협적인 공중전 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옌스 모마 ZDF 기자는 “높이를 활용한 공격력은 독일이 자랑하는 가장 큰 장점이다. 소속팀·대표팀 경험을 통해 정신력도 잘 갖춰져 있다”며 “한국의 수비진은 공중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멕시코전에서 전반 28분 어깨 통증으로 교체된 레온 고레츠카(21·샬케04)를 대신해 투입된 제르게 나브리(20·아스널)는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다. 모마 기자는 “나브리는 독일 올림픽팀에선 유일하게 독일이 아닌 잉글랜드에서 뛰는 선수”라며 “다양한 선수들과 맞닥뜨리면서 돌파 능력과 스피드가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독일 기자들은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발탁된 라르스 벤더(27·레버쿠젠)와 스벤 벤더(27·도르트문트) 형제를 독일의 핵심 선수로 꼽았다. 벤더 형제는 중원에서 경기 조율 역할을 맡는다. 독일의 약점을 묻자 클로제 기자는 “손발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아 공격력의 짜임새는 떨어진다. 대회를 치르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와일드카드 페랄타 막아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브라질을 누르고 금메달을 땄던 멕시코는 올림픽 2연패를 꿈꾼다. 소집 기간이 짧았던 독일과 달리 멕시코는 올림픽을 앞두고 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며 조직력을 다졌다. 나이지리아를 1-0으로 눌렀고 아르헨티나와 0-0으로 비겼던 멕시코는 오랫동안 다져온 탄탄한 조직력과 빠른 날개 공격이 돋보인다.


헥터 모랄레스 엘우니버시알 기자는 “2011년 17세 이하 팀이 결성된 뒤 5년여 동안 큰 멤버 교체 없이 성장한 팀이다. 그만큼 선수 간의 조직력과 호흡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이 특히 경계해야 할 선수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이자 와일드카드 멤버 오리베 페랄타(32·클럽 아메리카)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결승전 결승골을 넣었던 페랄타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또다시 와일드카드 멤버로 뽑혔다. 그는 독일전 후반 7분 선제골을 넣는 등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모랄레스 기자는 “페랄타의 경험은 멕시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짜임새 있는 조직력에다 골 결정력까지 갖춘 멕시코의 전력은 금메달 후보로 꼽기에 손색없다”고 설명했다. 측면에서 상대 문전을 휘젓는 능력을 갖춘 어빙 로사노(21·파추카)도 한국이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혔다.

지난 4일 피지와의 예선 1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는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수비 허술한 멕시코, 중앙 수비 정비해야 그러면서도 멕시코의 수비는 허술한 편이다. 에드가 마라건 메디오 티엠포 기자는 “공격에 비해 수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올해 치른 다섯 차례의 평가전에선 초반에 잇따라 실점하며 모두 14골을 내줬다. (독일전에서 2골을 내준) 중앙 수비 진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멕시코 기자들은 한국팀에선 손흥민(24·토트넘)을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았다. 특히 독일 기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2008년부터 8년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레버쿠젠에서 뛰었던 손흥민은 지난해 8월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클로제 기자는 “어린 나이에도 팬들이 좋아하는 플레이를 펼쳤던 선수다. 올림픽에서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모마 기자는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 좀 더 있어야 했다. 도르트문트 같은 팀들의 러브콜도 있었는데 너무 서둘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치머만 기자는 “손흥민은 지능적으로 잘 뛴다. 독일 입장에선 (손흥민이 맡을) 측면에서의 전략적인 수비 전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마라건 기자는 “손흥민을 앞세워 한국이 조 1위도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우=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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