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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렁쇠 소년의 재림?…리우 개막식에 등장한 '화분 소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열린 리우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화분 소년'은 28년 전 1988년 서울올림픽의 굴렁쇠 소년을 연상시켰다.

리우 올림픽 화분 소년은 개막식 식전행사 막바지에 스타디움에 홀로 걸어나온 소년은 초록 식물이 심어진 화분 하나를 살펴보며 환경 메시지를 던졌다.

지구촌을 위기에 빠트린 환경 파괴를 경고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아지면 해수면이 높아지고 지구촌 곳곳과 리우 데 자네이루도 바다에 잠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장면은 서울올림픽 개막식의 가장 유명한 퍼포먼스인 '굴렁쇠 소년'을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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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화분 소년과 서울올림픽 굴렁쇠 소년.

1988년 9월17일,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흰색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굴렁쇠를 굴리며 달려 나온 여섯살 소년은 잠시 멈춰 손을 흔들었다.

초록 잔디 위에서 조용히 굴렁쇠를 굴린 게 전부였다.

당시 이어령 교수가 아이디어를 낸 이 퍼포먼스는 개막식 전날까지도 극비에 부쳐진 프로젝트였다.

불과 2분 짜리 퍼포먼스의 제목은 '정적'이었고, 소년의 메시지는 평화와 여백의 미였다.

짧은 침묵이 이어지는 사이, 세계인에게 전쟁터로 기억되던 한국은 평화의 도시이자 동서 화합의 상징으로 변했다.
동그란 굴렁쇠는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령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목청이 큰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소음이나 폭탄 터지는 소리보다는 정적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세계인들에게 보여주려 했다"고 당시의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또 "(굴렁쇠 소년은)주먹 쥔 어른들의 시위가 아닌, 지구의 모든 사람의 기억과 잃어버린 시간 속에 나타난 생명이다.너무 눈부셔 잠시 환각에 빠져 있는 것 같은 순간으로 그 정적을 재현한 것"이라고도 했다.
28년 전의 굴렁쇠 소년이 그랬던 것처럼, 리우의 화분 소년은 브라질과 리우를 환경과 자연의 도시로 기억하게 만들 것이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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