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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여천석유화학」가동률 설립후 최고|전남지역공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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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남 광산군 하남면 하남공단내 학림산업.
예전 요즈음 같으면 비수기라 조용할텐데도 올해에는 좀 다르다. 그라인더로 돌을 다듬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른바 엔고현상때문에 일본에서 주문이 많아 일손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화강석을 가공, 수출하는 학림산업은 올들어 2월말 현재 50만달러어치를 일본에 수출했다.
예년의 경우 월5만∼10만달러수출이 고작이었다.
신용장 내도액도 40만달러나 된다.
올들어 1월말현재 전남 도전체수출실적은 1억2천7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천6백만달러보다 40% 늘어났다. 지난해 실적이 84년보다 겨우 3·1%증가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일부 수출 업체는 일손 모자랄 정도
품목별로 보면 에틸렌 4천만달러, 합성고무와 강관이 각각 2백만달러등 공산품이 전체의 92%인 1억1천6백만달러를 차지했다.
이밖에 쥐치포(2백60만달러)등 수산물이 8백만달러, 농산물 2백만달러, 광산물 1백만달러등.
이때문에 일부 수출업체들은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공장을 풀가동하거나 증설계획을 세우는등 활기에 차있다.
하남공단 대자전자는 지난1월 한달동안 가스레인지등 주방기기를 미국·캐나다·유럽등 지역에 5만2천대나 수출했다. 지난해의 경우 월평균 수출실적이 3만대미만이었던 것에 비하면 70%이상 늘어난 것이다.
주문도 계속 들어와 이미 36만대의 수출계약을 체결, 일감을 넉넉히 확보했다고 한다.
전남도내 전체 부가가치생산액의 69·6%를 차지하는 여천석유화학공업단지 입주업체의 평균 가동률은 89·3%로 공단설립이후 최고의 가동률이다.
지난해 동기보다 6%포인트가 늘어났다. 올들어 1월말현재 수출실적도 6천5백61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20%이상 늘어났다.
하여튼 이처럼 일부 중·대형수출업체들은 엔고-삼저효과 때문에 활기있게 돌아가고 있으나 내수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아직 그 혜택을 못보고있다.
특히 일본지역을 상대로 하는 수출업체는 엔고현상으로 수출주문이 늘어 활기를 되찾고 있으나 내수업체들은 경기호전을 별로 실감하고 있지 못한 것이 일반적인 현상.
섬유도 좋긴하나 좀더 기다려봐야
『경기가 좋아진다는 기분은 느끼나 아직 몸에 와 닿지는 않는것 같다. 경기가 좋아질 것에 대비, 지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같다』(하남공단 자동차부품업체 금성기계 나맹환사장)
지수경기는 분명히 좋아지고 있으나 체감경기는 지난해 4·4분기 수준과 비슷하다는 것이 이곳 중소기업인들의 일반적인 느낌이다.
광천공단 무등연사(대표 고영태)의 현재 가동률은 80%, 무등양말공장의 하청업체로 삼저현상 때문에 갑자기 양말수요가 늘어날리도 없다며 예나 지금이나 일감은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메리야스 제조업체로 지난해 17억원어치를 수출한 대하섬유(대표 김정의)는 공장을 풀가동, 월10만장씩 생산하고 있다.
메리야스는 원래 여름상품으로 공장에서는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성수기이기 때문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풀가동 하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비수기인 4월이후에도 주문이 밀려야 삼저현상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섬유업체 대부분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경기가 좋아지고는 있으나 본격적인 경기호전여부는 좀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
실제 영세업체가 주로 입주해있는 광주시내 본촌·송암·광천공단의 지난1월중 수출실적은 1천1백42만8천달러로 지난해 l2월(1천4백55만달러)보다는 훨씬 줄었고 전년같은 기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광주시내 3개공단의 입주업체중 1백68개업체가 현재 가동중이고 31개업체는 아직도 휴업중이다.
광주시내 업체들과 달리 순천공단업체들은 제2제철 건설경기 덕분에 상당히 호황을 맞고 있다. 순천상공회의소에 따르며 순천공단은 인근 광양제철소 관련단지로 납품을 주로 하고 있기때문에 대부분 풀가동 상태라는 것.
전남도내 기업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세성이다. 작년말 현재 광주시내 기업체는 4백31개로 이중 종업원 30명이하업체가 3백11개(72%)나 된다. 이같은 영세성으로 인해 조금만 자금사정이 어려워도 쓰러지기 일쑤이므로 어음부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한국은행 광주지점이 잠정추계한 2월중 광주의 어음부도율은 0·71%로 1월의 0·38%보다 0·33%포인트나 늘었으며 서울을 제외한 지방어음부도율(0·27%)을 크게 웃돌고 있다.
도내 어음부도율 타지역을 웃돌아
1월중 전남도내 어음부도율은 0·43%(여수 0·45%, 순천 0·55%, 목포 0·66%)로 다른 지방 부도율보다 높다.
하남공단의 K기업은 85년 매출액 10억5천만원에 종업원 65명을 거느린 상당히 건실한 자동차부품업체지만 7천여만원의 사채를 쓰고 있다. 현재 가동률은 70%로 4월쯤 경기가 좋아져 풀가동할것이 예상돼 2억5천만원정도 설비투자를 하다보니 담보능력 부족으로 사채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것.
이처럼 상당수 업체가 아직도 사채를 쓸 정도로 자금사정은 어렵다.
금융기관들은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 지원해 주려해도 마땅한 대상이 없어 도내전체에서 겨우 68개를 발굴, 지정하는데 그쳤다.
전국에서 유망중소기업체로 발굴 지정된 숫자에 비하면 겨우 24%에 불과하다.

<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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