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25세정년」의 벽은 무너지는가|어느 여사원「윤화사건」고법승소가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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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성의 정년은 25세」라는 높은 성차별장벽이 무너졌다.「이경숙양 사건」1심에서 미혼여사원의 근무기간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정혼연령(26세) 이전까지만 인정했던 사법부가 명문규정이 없는한 여성근로자의 정년도 55세로 보아야한다고 항소심 판정을 내린것.
지난 85년4월의 1심판결후「25세여성 조기정년제철폐를 위한 여성연합회」(회장 김희선)를 구성하는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온 여성계는 이를 크게 반기며 자축회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양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원고측이 청구한 약4천만원을 크게 밑도는 9백45만여원으로 1심판정보다 99만3백21원만 늘었다. 즉 여성계의 요구는 관철됐으나 근로자의 피해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셈.
『「조기정년철폐」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었으니 정말 기쁩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못받은게 서운해요.』4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214호 법정에서 판결문 낭독을 듣고난 이경숙양(24·서울 영등포구 영3동97)의 첫소감. 이양은 활짝 웃으면서도 실망스런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83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이양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되었고 1년간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아직 후유증이 심해 재취업이 곤란한 형편. 여고졸업후 봉제수출업체인 방일물산에 근무하던 이양은 사고당시 월10만9천원을 받고있었다. 그러나 사고직후 월급이 33%가 오르는등 이양과 같은 대우를 받던 동료의 현재 월급은 약21만원이 됐다.
항소심에서는 사고당시의 월급을 기준으로 월급인상과 상여금및 승진등은「증거불충분」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사고로 인한 노동상실부분 30%와 55세까지 근무할 경우로 계산하여 가해자에게 9백45만여원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여성의 전화·여성평우회·또하나의 문화등 6개 여성단체로 구성된「여조연」측은『당연히 승소할줄 알았지만 그래도 막상 판결이 나고보니 정말 기쁘다』며「여성 모두의 경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성의 전화는 오는 8일 세계여성의 날 기념식에서 이사건 승소판정에 대한 자축회도 가질 예정. 그러나「여조연」은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손해배상액이 부당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관철키 위해 대법원에 상고키로 결정했다.
한편 이양은『너무 오랫동안 고민하고 시달렸던 문제라서 이쯤으로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없지않아요. 하지만 앞으로 보다 많은 근로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모처럼 우리사회의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는 김에「근로자로서의 권리찾기」를 계속해야겠어요.』라고 밝혔다.
현재 여성의 전화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양의 소원은 교통사고전의 계획대로 계속 공부해서 유치원교사가 되는것. 이 사건을 겪기전에는 여성단체나 여성문체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이젠 여러모로 피해받는 여성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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