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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동생들아 독일 쌍둥이 벤더를 조심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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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4년 전 우리가 영국을 이겼잖아. 너희들도 독일을 못 이기란 법은 없어.”

런던 동메달 주역 구자철의 조언
2차전 상대 독일, 핵심 멤버 빠져
두려움만 버리면 이길 수 있어
올림픽 무대 압박감 엄청나
실수해도 평상심 잃지 말아야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아 동메달을 따냈던 구자철(27·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이 리우 올림픽에 나서는 후배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구자철은 4년 전 런던 대회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주인공이다.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잘 이끌었고,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골을 뽑아냈다. 소속팀인 아우크스부르크 동료들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구자철은 4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후배들을 격려했다.

런던 올림픽 당시 박지성(35)은 구자철의 플레이를 관중석에서 지켜본 뒤 “자철이가 저렇게 많이 뛰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어릴적부터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게 꿈이었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며 “매 경기 모든 걸 쏟아부은 탓에 정말 피곤했다. 경기 장소를 옮길 때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도 잊은 채 몇 시간씩 선수단 버스 복도에 누워 잠을 잤다”고 4년 전을 회상했다.

4년 전 한국은 ‘축구 종가’ 영국과 8강전을 치렀다. 라이언 긱스(43), 애런 램지(26·아스널), 다니엘 스터리지(27·리버풀) 등 호화 멤버를 자랑하는 영국을 맞아 한국은 전·후반 90분과 연장전 30분을 1-1 무승부로 마치고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구자철은 영국전 당시 “동료들에게 ‘우린 경기 중 두 차례나 페널티킥을 내주고도 무너지지 않았다. 누가 실축해도 상관 없으니 후회 없이 차보자’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듣고 동료 선수들의 눈빛이 변하더라”고 했다. 한국은 결국 승부차기에서 영국을 5-4로 꺾고 4강에 올랐다.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은 5일 피지와 조별리그 1차전에 이어 ‘전차군단’ 독일(8일), ‘런던 올림픽 금메달팀’ 멕시코(11일)와 각각 2·3차전을 갖는다. 구자철은 “우리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강팀을 만나면 긴장해 몸이 굳어질 때가 있다”면서 “올림픽이 주는 무게감은 상상 이상이다. 선수들이 흔들릴 수도 있는 만큼 경험 많은 고참들이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리우팀에 합류한 손흥민(24·토트넘)은 구자철이 가장 기대하는 선수다. 구자철은 “손흥민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팀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우리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된다. 손흥민을 두려워한 상대 수비진이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얼어붙을 수 있다” 고 말했다.

구자철은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평상심을 강조했다. 그는 “경기 중에 실수하더라도 태연한 척 행동해야 동료들이 흔들리지 않는다”며 “주변에 자신감이 떨어진 선수가 보이면 용기를 불어 넣거나, 또는 따끔하게 질책해 정신을 차리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부천에서 열린 덴마크와의 올림픽팀 평가전(1-1무)에서 해설자로 나섰던 그는 “한국은 와일드카드 멤버들 없이도 공격적인 흐름을 유지했고, 수비도 조직적이었다”면서 “미드필더 권창훈(22·수원)과 공격수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돋보였다”고 했다.

구자철은 2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쓰라린 경험을 했다. 기대했던 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쥐었다. 구자철은 “원정팀이 브라질에서 축구를 하는 건 반쯤 지고 들어가는 거다. 시차 극복을 하기 쉽지 않고 기후에 대한 적응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면서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다. 2~3명 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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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레버쿠젠에서 함께 뛰었던 라스 벤더(왼쪽). 동생 스벤은 성인 국가대표로도 7경기를 뛰었다.

지난달 15일 독일대표팀 명단 발표를 TV를 통해 지켜봤다는 구자철은 “ 핵심 멤버 7~8명이 빠졌지만 독일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라면서 “1989년생 미드필더 라스 벤더(레버쿠젠)와 스벤 벤더(도르트문트) 쌍둥이 형제가 경계 대상”이라고 말했다. 구자철은 “특히 중앙 미드필더 라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 경기 12㎞ 이상을 뛰며 상대 선수들을 꽁꽁 묶는다”고 했다.

구자철은 또 “후배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나선다면 독일을 3-0으로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독일에서 뛰고 있지만 우리 후배들의 승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도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리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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