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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의 대합창|다시 3·1절에|장순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동포여!
형제여!
목이 메는 이름이여!
우리 구원의 어머니
조국 땅에 귀를 대고
예순 일곱 해 지난
그 소리를 들어 보라.
일구일구년
삼월 초하루
숨겨 둔 깃발들
성화처럼 받쳐들고
이 겨레 살아 있음을
천하에 포효한 소리.
자유의 무게는
목숨보다 더하기에
그것은 차라리
경건한 종교의식
그 성전 울려 퍼지던
이천만의 대합창.
짓밟히면 일어서는
질경이의 질긴 끈기
휘일망정 꺾이잖는
반만년의 대쪽강골
태양도 빛을 가린 날
화산으로 터진 굉음.
악마조차 고개 돌린
제암 마을 원혼들
아우내 장터의
열 일곱 살 성처녀
일들의 핏자국 딛고
전진하던 발굽 소리.
임란 병난 물리치며
내리받은 고함 소리
육·이오로 사·일구로
이어 내린 고함 소리
지금은 지심에 스민
그 소리를 들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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