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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후진타오 권력기반 ‘8000만명 공청단’ 개혁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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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선언했다.

지도부 25명 중 12명 공청단 경력
과거 차기 지도자로 리커창 밀어
최근엔 간부들 부패 사슬 드러나
올 예산 작년의 절반으로 줄이고
중앙기구 인원도 대폭 축소키로
시진핑, 당대회 앞 권력 다지기

중국 공산당의 인재 풀 기능을 해 온 공청단 출신은 당 지도부에서 최대 계파를 이루고 있다. 시 주석의 공청단 개혁은 단원 수 8000만여 명을 헤아리는 거대 조직인 공청단 중앙지도부 출신들이 관료화·계파화하고 있다는 진단에 따라 조직 체계와 역할, 인적 구성을 전면 쇄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내년 19차 당대회에서의 권력재편을 앞두고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굳히는 효과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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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3일 1면과 6면에 걸쳐 “중국 공산당은 최근 ‘공청단 중앙 개혁방안’이란 이름의 공식 문건을 확정해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공청단의 인적 개혁과 함께 조직·기구, 일하는 방식 등을 전면 개혁한다”며 “확정된 개혁방안은 시 주석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진두지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건에서 미래의 엘리트 공산당원을 육성하는 역할을 해 온 공청단이 창설 90여년만에 전면적인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공청단에 대한 전면적 수술은 어느 정도 예상돼 오던 일이었다. 시 주석은 집권 과정에서부터 공청단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 차기 지도자 자리를 놓고 공청단 출신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경쟁을 벌였고, 당시 공청단 계파는 리 총리를 지지했다. 10년간 이어진 후진타오 체제의 기반은 공청단이었다. 후의 측근으로 최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링지화(令計劃) 전 중앙판공청 주임에 대한 수사 결과 공청단 출신자들을 주축으로 광범한 부패고리를 형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 지도부는 공청단 출신들이 장기간 권력의 중심부에 올라 서로 밀어주기를 한 결과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판단 아래 공청단 힘빼기에 나섰다. 올 4월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공청단 중추인 중앙서기처를 감찰한 뒤 “기관화·행정화·귀족화·오락화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공개된 공청단의 일반 예산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억627만 위안(약 53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인민일보는 “중앙 기관의 몸집을 줄이고 기층(하부 기구)을 확대할 것”이라며 ‘감상보하(減上補下)’가 이번 개혁의 중요 원칙이라고 밝혔다. 공청단 조직 가운데서도 엘리트의 산실인 공청단 중앙서기처 등 중앙기구를 집중적인 개혁 대상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공청단 중앙본부는 인원과 기구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공산당 권력핵심인 25명의 정치국원 가운데 공청단 경력을 가진 사람은 절반에 가까운 12명(상무위원 2명 포함)에 이른다. 이 가운데 리 총리를 비롯한 다섯명은 중앙 간부 출신이다. 1980년대 중반 후진타오 공청단 제1서기 아래에서 서기로 활동하며 한솥밥을 먹었다.

대신 공청단 조직의 현장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개혁방안에서는 1년 12개월 가운데 8개월은 자신의 소속 조직에서 일하고 4개월은 밑바닥(기층) 조직에서 일하는 ‘8+4’원칙과 1주일 중 근무일 닷새 가운데 4일은 소속 기관에서, 하루는 기층조직에 내려가 일하는 ‘4+1’ 원칙을 제시했다. 또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기구로 거듭나기 위해 학생, 공장 노동자 위주의 조직에서 탈피해 자유직,농민공, 사회단체 회원 등 새로운 계층을 흡수하고 ‘인터넷 공청단’을 조직하기로 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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