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미국 망명|"한밤중에 도둑맞은 자유 대낮에 되찾았다" 코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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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닐라=박병석 특파원】「마르코스」필리핀 대통령은 26일 20년간의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26일 새벽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관계기사 2, 3, 4, 5, 9면>
25일 밤 미군 헬리콥터로 대통령궁을 빠져 나온「마르코스」는 클라크 미 공군기지에 잠시 머무른 뒤 C-미 군용기 편으로 26일 상오9시37분(한국시간) 미국령 괌도에 도착했다.
「마르코스」와 부인「이멜다」여사 및「베른 전 참모총장 부부가 탄 C-9군용기가 괌도에 도착한 직후 C-14l기1대가 나머지「마르코스」가족 및 고위관리들을 태우고 괌도에 도착했다. 2대의 미군기에는 모두 몇 명이 타고 있었다.
「마르코스」는 도착 즉시 괌도에 있는 미 해군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았다.
일행이 도착한 공군기지에서「마르코스」와「베르」를 마중한「에드워드·레이즈」괌 지사 서리는「마르코스」가 26일 밤 하와이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즈」지사 서리는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그들은 이곳에서 휴식한 후 호놀룰루 쪽으로 떠날 예정으로 있다. 내가 알기로는 비행기 2대가 모두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코스」는 25일 낮 네 번째 대통령 취임식을 가진 뒤「코라손」신임대통령령과 협상, 자신과 가족의 신변안전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아 하오10시5분 (한국시간)4대의 헬리콥터를 타고 클라크 공군기지로 떠났다.
「코라손·아키노」신임대통령은 26일 새벽 국영TV를 통해「마르코스」의 하야를 공식 확인하고『이제 기나긴 고통은 끝났다』고 선언하면서『오늘부터 조국에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상오3시45분부터 약52분간 TV에 모습을 나타낸「코라손」대통령은『우리는 마침내 자유를 얻었으며 또 이같은 자유를 용기와 결단,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성취한 사실에 진정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라손」여사는 25일의 대통령 취임사에서『우리 국민은 14년전 한밤중에 도둑맞은 권리와 자유를 이제 대낮에 정식으로 되찾았다』고 말했다.
「엔릴레」국방상은「마르코스」가 자신과 가족들이 무사히 국외로 떠나게 해주는 댓가로 「코라손」여사의 새 정부에 권력을 이양키로 했다면서『우리는「마르코스」를 해칠 의사가 없고 오직 현 사태를 해결, 국익을 위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파비안·베르」전 참모총장 등「마르코스」지지자들에게도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마르코스」의 망명소식이 전해지자 마닐라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했으며 수 천명의 시민들은 대통령궁으로 몰려가「마르코스」의 사진을 찢고 대통령궁을 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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