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혜씨 (요리연구가) 가 말하는 「영양의 밸런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젊은 부부와 노부모, 어린자녀등 3세대가 살고 있는 가정에서는 주부가 식사준비에 더욱 신경을 쓰게된다. 한창 자라나는 식성 좋은 어린이와 위의 기능이 약화된 노인들은 자연히 좋아하는 음식과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체로 노인세대는 짠맛·매운맛이 있는 전통적인 한국 음식을, 어린이들은 햄버거·샐러드등 서양음식을 좋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요리연구가 한정혜씨는 3세대 가족의 식사일 경우 가장 신경을 써야할 것이 「영양의 밸런스」 라고 얘기한다.
노년층에는 되도록 지방질은 피하되 단백질은 불가결의 영양소. 한창 자라는 어린이들에게는 칼슘의 주된 공급원인 멸치등 뼈째 먹는 작은 물고기를 풍부히 식탁에 올려야 한다.
노인들은 소화력이 낮아지고 위가 작아진 때문에 육류요리는 갈거나 잘게 다진 고기를 이용하고 야채도 작게 썰어 요리해야한다. 분량은 본인이 조절할수 있도록 큰 그릇에 담아 상에 올린후 작은 접시를 놓아 직접 덜어먹는 방법이 좋다.
이렇게 다양한 세대가 함께 먹을 음식을 만들 때 가족 구성원 각자의 필요에 따른 영양소를 고루 배려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어느 식품이 어떤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지도 잘 알수 없다.
이런 경우 『다채로운 빛깔의 식품을 식탁에 올리라』 는 것이 한씨의 조언이다. 식품은 대체로 그 빛깔에 따라 함유하고 있는 영양소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흰색을 띤 식품중 대표적인 것은 배추·무우·두부·흰살생선등. 빨간색은 당근과 토마토,노란색은 호박·콩기름·계란·콩, 초록색은 시금치·부추·상치등, 검정색은 미역·다시마·김·검은깨, 푸른색은 고등어·정어리등이다.
요리법을 조금씩 달리함으로써 가족에 따른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도 있다. 그 첫번째는 함께 요리한후 연령층의 기호에 맞춰 뒷마무리를 달리 하는 방법.
예를 들어 햄버거를 만들 경우 대체로 간 고기에 잘게 썬 양파를 넣어 만든다. 이때 시금치 삶아 으깬 것, 잘게 다진 당근등을 함께 넣으면 다양한 빛깔의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한 것이 된다.
노인들을 위해서는 자그맣게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것은 큼직하게 원을 빚어 원 주변을 베이컨으로 싸고 고기위에 잘게 썬 치즈를 뿌려 구우면 훨씬 영양가가 높은 것이 된다.
두번째는 같은 고기요리라도 부위를 달리 할것. 육류는 부위에 따라 영양과 조직에 차이가 난다. 돼지고기의 경우 로스 부분은 1백g 2백10칼로리, 등심은 1백34칼로리다. 지방질은 로스에 많고 단백질은 등심에 많다. 따라서 같은 돼지고기를 요리해도 어린이용으로는 로스, 노인용으로는 등심을 쓴다. 닭고기찜이라면 어린이에게는 넓적다리, 노인에게는 가슴살이 좋다.
세번째는 똑같은 요리에 곁들이는 음식을 달리 하는 법. 국수전골등 가족 모두가 둘러앉아 끓여 먹는 음식은 어느 연령층이나 좋아한다. 이때 노인에게는 담백한 김치종류, 어린이나 젊은 세대에는 신선한 샐러드를 곁들인다. <박금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