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의 첫발|체신사업의 첨단기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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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도 비로소 정보화시대의 맥박을 느낄 수 있는 사업들이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체신부의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보면 우선 용어조차 생소한 첨단기술 사업들이 많다.
그 하나의 성과로「1가구 1전화」시대가 열리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토의 전화자동화도 가능해지게 되었다.
「정보의 고속도로」로 불리는 광 통신망도 6백95㎞나 깔리고 음성정보를 송수신하는 「음성 사서함」이나「신문의 방송화」시대 개막을 의미하는 TV문자 다중방송도 개발, 내년부터 시험 운영하리라고 한다.
이밖에도 문자표시무선호출기를 대도시에 보급하고 컴퓨터정보를 전화와 TV화면으로 검색 할 수 있는 비디오텍스의 출현도 보게되었다.
아무리 첨단 기술시대라고 해도 전화 놓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실로 놀라운 변화들이다.
작년에 우정 1백주년을 맞았고 우리나라에 전화가 들어온지 84년이 되었지만 이같은 괄목할 발전은 최근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그동안 꾸준히 노력하고 개발해온 체신기술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케이블을 땅속 깊이 묻고 컴퓨터와 반도체·광섬유 등을 개발하는 일은 널찍한 도로를 건설하거나 번듯한 다리를 놓는 것과는 달리 곁으로 보이지도 않고 생색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정보사회에서 정보전달 망의 구축만큼 국민생활에 긴요한 분야는 없다. 외딴 섬이나 산간벽지에 앉아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 68개국과 통신교환을 하고 필요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만 상상해도 정보전달 망의 중요도는 실감 할 수 있다.
국민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고 교통난을 덜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으며 기업의 생산성향상과 국제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빠르고 편리한 통신망을 완벽하게 갖춘다는 체신부의 사업에 기대를 건다.
그러나 아무리 편리한 통신망이 완비된다고 해도 이용에 드는 비용이 지금처럼 비싸다면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지난번 전화·우편요금의 대폭 조정으로 시내전화를 거는데도 부담이 적지 않다.
전화세까지 합치면 시내통화 한번에 68원꼴이 먹히고 있다. 장거리전화 역시 대역요금제 실시로 어느 정도 조정이 되었다고 하나 부담이 커 선뜻 다이얼을 돌릴 수 없다.
막대한 시설투자로 애써 가설한 갖가지 통신망이 이용에 드는 비용의 과중으로 사장된다면 국민에게 편리한 이기도 될 수 없을뿐더러 투자낭비도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체신부가 앞으로 병행해서 서둘러야할 주요과제는 통신비용의 저렴화와 요금체계의 합리화 노력이다.
올해 안에 전국토의 자동화가 이루어지고 전자화가 단계적으로 완성되면 현재 도수제인 시내통화는 시분제로 개편하고 시외전화도 거리제를 탈피, 전국을 시내전화화해야 할 것이다. 또 항상 말썽의 씨가 되고있는 전화요금 과오납을 일소하기 위해 상세과금 장치를 서둘러 가설하길 바란다. 또 누누이 강조해왔듯이 무한정 연장하고 있는 목적세인 전화세의 폐지도 하루빨리 약속해야 할 것이다.
체신부의 올해 계획 중 가장 주목이 가는 부분은 통신산업을 진흥 육성해 통신장비의 국산화와 수출을 촉진하고 첨단통신기술의 연구개발등에 5백89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대목이다.
체신부가 첨단기술개발을 보다 활성화하고 민간기업에 기술과 자금을 지원, 육성시키기로 한 의욕적인 계획들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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