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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품종·인공종자개발 열 올리는 농진청 유전공학연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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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 농촌 진훙청 농업기술연구소 유전공학연구실-.
세포조직배양법으로 내병성·다수확 벼품종을 개발하고 세포융합에 의한 새로운 작물의 개발, 인공종자 생산이 이곳에서 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유전공학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나 이 연구실은 그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유전공학연구실에서는 정태영생리유전과장(46·농학박사)의 지휘하에 20명의 연구원들이 미세한 세포조직과 씨름하고 있다.
연구실 안에는 별도의 방으로 된 조직 배양실이 있다. 이 방에는 소형 삼각플라스크와 페트리디시(세균배양용접시)가 모두 밀봉된채 한방 가득 들어차 있다.
그속에서는 벼·콩·마늘·달래·상치·배추·무우등 각종 식용작물의 캘러스(세포덩어리)가 자라고 있다.
마늘과 달래의 세포 융합체에서 줄기가 자라고 있다.
품종개량이나 인공종자 개발을 위해 세포조직을 배양하는 모습이다.
벼의 경우는 도열병에 약한 삼남벼·무등벼의 캘러스를 시험관에넣고 도열병균을 넣어준다. 도열병균속에서 이 벼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1백만분의1이하. 심하면 1천만분의 1이하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살아남는 벼의 세포를 다시 배양해 병충해에 강한 벼를 만들어낸다.
또 특수육종기술인 벼꽃가루 배양에 의해 최단기간에 육종된 화성벼를 지난 연말 개발완료 했다. 이 벼는 미질이 좋고 줄무늬마름병등 바이러스에 강해 올해 지역별 적응시험을 거쳐 내년에 전국농가에 보급된다.
한품종에 다른 품종이 갖고있는 좋은 유전자를 집합시켜 우량 신품종을 만들어내는 유전자 재조합방법중 첨단기술이 세포융합법.
세포융합은 세포핵과 세포질을 따로 떼어내어 재조합하는 미세기술이다.
지난 78년 서독에서 감자와 토마토의 세포를 융합, 「포마토」를 탄생시킨 이래 세포융합에 대한 도전은 끊임없이 진행되고있다.
유전공학연구실은 지난해 마늘과 달래의 세포융합에 성공, 새로운 우량종자 마늘의 육종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대상작물의 세포를 효소처리해 세포막을 제거, 원형질체를 만들고 여기에 전기자극을 가해 융합시킨뒤 세포막을 재생하고 캘러스상태를 거쳐 새로운 식물체를 만든다.
재래종 느타리버섯의 경우 종자역할을 하는 포자가 사람의 호흡기관에 들어가면 염증을 일으키는등 부작용이 있어왔다.
이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유전공학연구실은 느타리버섯과 여름느타리버섯을 세포 융합시켜 포자가 없고 수확량이 높은 느타리버섯을 개발, 농촌보급을 위한 적용실험중에 있다.
이밖에 무우+배추, 수박+박, 유채+겨자의 세포융합을 시도, 새로운 소득작물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식용작물 중에는 종자가 적고 비싸 어려움을 겪는 것도 있다.
인공공자개발은 이들 종자를 값싸게 대량보급하고 우량종자를 그대로 증식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농업기술연구소는 상치와 셀러리의 인공종자(인공배)생산연구를 진행중이다.
김호일 세포유전연구실장(37)은『생명공학적 기법에 의한 작물개량은 현재 기초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농업기술연구소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는 분야는 역시 유전자 조작에 의한 벼의 개량이다.
유전자 재조합연구실에서는 「벼유전자은행」을 개설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이 연구실에서는 옥수수의 DNA를 뽑아내 벼에 이식, CDNA를 합성함으로써 고단백질의 벼를 만드는 실험이 계속되고있다.
이곳에서 벼의 DNA를 분리하고 유전자를 저장하는등 장래에 벼유전자은행을 개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주곤연구사(29)는 『벼꽃가루」를 이용한 신품종개발은 현재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있으나 벼의 유전자를 조작해 고단액·내병·내충생벼를 개발한다든지 돌연변이를 이용하는 방법등은 아직 많은 고차원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생명공학 연구는 멀고도 험한길이지만 그 가능성을 향해 뛰는것』이라고 말했다.
벼유전 연구실에서도 7명의 연구원이 땀을 흘리고 있다.
전기영동에 의한 유전자조작으로 식물의 항충성을 연구, 병충해에 강한 항충성 벼를 개발하고 있다.
신경옥연구사(36·여)등 연구원들은 박봉에도 불구하고 바쁠때는 하루 12시간씩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농진청의 이들 연구원들은 기업체연구소등에 비해 훨씬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 내일의 결실을 보람으로 삼고 음지에서 오늘도 묵묵히 시험관에 매달려 산다.
한편 농업기술연구소는 구내 오른쪽부지에 유전공학특수연구실을 별도의 건물로 짓고있다. 공사비는 모두 17억원으로 지난해 8월 착공, 금년8월에 완공예정이다.
건물규모는 건평1천1백66평(지하1층, 지상3층)으로 1층에는 생화학 및 방사성동위원소 실험실, 2층에는 조직배양 실험실, 3층에는 유전자재조합 실험실이 들어설 예정. 현재 건물골조공사가 거의 끝났다.
이 연구실이 완공되면 첨단기술을 이용한 벼품종 개량을 비롯한 본격적인 작물육종개량에 들어가게 된다.
정태영과장은 『생명공학에 의한 작물개량은 단시일안에 손에 잡힐듯 결실을 보는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아직 기초단계에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질 좋은 쌀을 생산하는등 식량문제를 해결할 날도 멀지 않다』고 강조했다.
농업기술연구소가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곳이라면 작물시험장은 이를 토대로 실제 작물을 개량하는 현장.
여기서는 화성벼를 비롯해 영덕·운봉·용문·영산·장성벼등을 온실에서 육종, 지난해 모두 장려품증으로 결정돼 올해부터 농가에 보급을 시작하고 있다.
화성벼를 개발할때는 먼저 미질이 좋고 병충해에 강한 삼남벼와 아이찌(Aichi)37을 인공교배해 이삭패기 10일전에 꽃가루주머니를 채취, 인공배지가 들어있는 시험관안에서 인공배양했다. 다음에는 이 세포덩어리가 직경3cm로 자랐을때 식물생장조절제가 들어있는 배지에 옮겨 배양을 계속, 2배체벼를 분화시켜 화성벼를 만들었다.
이벼는 현재까지는 가장 특성이 좋은 벼로 기대되고 있다.
종전의 벼개량은 다수확에 중점을 두었으나 어느정도 증산을 달성해 현재는 좋은 미질과 수량의 기복없는 증가등에 중점을두고 있다.
작물시험장의 3개 온실에서는 2천여가지의 각종 벼를 개량 시험중이다.
조수연수도육종과장(46·농학박사)은 『세포융합에 의한 벼품종개량등은 아직 세계적으로 성공한 예가 없으나 종속간 교배방법등에 의해 상당한 품종개량이 이뤄지고있다. 벼외에 콩·옥수수·깨·유채등은 세포조직배양으로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이 좋은 품종들이 속속 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작물실험실에도 역시 생명공학연구실이 있어 벼·유채·참깨등의 세포덩어리가 자라고 있다.
한편 생명공학적 기법에 의해 가축질병의 조기진단도 가능하게됐다.
가축위생연구소는 종전에 20일 걸리던·돼지콜레라와 가성광견병진단을 15시간으로 단축했다.
돼지와 개몸에 이들병에 대한 항체가 생기게 한뒤 이 항체를 암세포와 세포융합법에 의해 결합시켜 단크론성항체를 만든다.
이 단크론성항체로 빠른 시간에 돼지콜레라와 가성광견법 진단이 가능해졌다.
축산시험장은 일종의 핵치환방법으로 젖소의 난자와 정자를 체외수정해 한우의 자궁에 이식, 젖소를 낳게하는 방법도 개발하고있다. 농진청산하 각종 연구소에서는 미래의 식량문제해결이라는 난제에 도전이 시도되고 있다. <김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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