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섬마을에 울려 퍼진 클래식 선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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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6시30분. 서해바다로 해가 자취를 감출 무렵 충남 보령의 원산도 오봉산해수욕장에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졌다. 충청지역 향토기업인 맥키스컴퍼니가 운영하는 맥키스오페라단의 공연(사진)이었다.

맥키스오페라단 순회 공연
외연도 등 5곳서 힐링 음악회

해변을 배경으로 1시간가량 이어진 공연을 지켜보던 150여 명의 섬마을 주민과 피서객들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큰박수를 보냈다. 단원들이 가요 ‘최진사댁 셋째딸’ ‘닐니리 맘보’를 부를 때는 어깨를 들썩이며 흥얼거리기도 했다. 평소 문화 활동을 하지 못했던 주민들은 바닷가 공연을 보며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정진옥(48·여) 단장 등 8명으로 이뤄진 맥키스오페라단은 지난달 25일 외연도를 시작으로 원산도까지 보령지역 5개 섬을 순회하며 ‘섬마을 힐링 음악회’를 열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에 뮤지컬과 연극, 개그 요소까지 섞어 18곡을 불렀다. 주민들은 단원들의 우스꽝스러운 노래와 몸짓에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정 단장은 “매년 100여 차례 공연을 하지만 섬마을만 도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문화 혜택에서 소외된 섬마을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려움도 상당했다. 무대와 음향시설을 육지에서 섬으로 옮기는 과정에선 트럭 등 운송수단이 없어 단원들이 직접 손수레와 손으로 무거운 짐을 날라야 했다.

정 단장은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는 주민들을 보면서 먼바다를 달려온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문화공연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음악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보령=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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