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오리엔테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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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로 시작되는 대학생활안내를 받기위해 강당에 앉아있던 서울대 신입생·학부모들은 거의 하루종일 계속된 오리엔테이션에 지쳐 반쯤 눈들을 감은채 듣는둥 마는둥하는 무료한 표정이었다.
이때 마이크를 넘겨받고 등단한 한 교직원의 첫마디에 신입생은 물론 학부들도 눈을크게 뜨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강당안에는 지금까지 없던 긴장감마저 감돌았다.『여러분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는 선배는 아무도 없어요. 입학후 철없이 선배들을 따라다니다보면 성적도 나빠지고 시위같은데 휩쓸려 제명되기 쉽습니다』
그 교직원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선배와 후배가 어울려서는 이익될게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었다.
17일 하오3시 서울대 문화관.
학교측은 신입생「오염방지」대책으로 신입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초청한 자리에서 의식화의 위험성을 누누이 강조하고 시위에 참가하지 말것을 당부했다.
『총학생회는 학교의 승인을받지 못한 불법단체입니다. 여기에 가입하는 행위 역시 불법이므로 이런 사실을 몰라 불이익을 당하게된다 해도 전적으로 여러분의 책임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다분히 위협적(?)인 설명이 진행되고 있는동안 밖에서는 선배 재학생들 몇명이 총학생회명의로된 유인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진지한 대학생활을 바란다면 신입생 여러분은 관제 오리엔테이션에 속지말고 동료·선배들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선배들은 학교를 「어용」과「관제」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교문에 처음 들어선 신입생들의 대학생활이 가득찬 포부와 희망보다는 번민과 갈등으로부터 시작되는 순간이었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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