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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의 좀비바이러스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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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을 본 관객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뭘까. 도대체 좀비 바이러스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라는 의문일 것이다.

'부산행'의 석우(공유) 부녀가 부산행 KTX에 오르기 전, 서울역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 궁금증을 풀어줄 애니메이션 '서울역'(연상호 감독)이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BIFAN) 폐막작으로 선정돼, 29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청에서 상영됐다. 영화는 다음달 18일 개봉한다.

'서울역'은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로 아수라장이 된 서울역을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출소녀 혜선(심은경)과 그의 남자친구 기웅(이준), 그리고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류승룡)가 주인공이다.

애니메이션은 '부산행'의 프리퀄이지만, 접점은 배우 심은경 뿐이다.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더러, 정서 또한 많이 다르다.

'부산행' 초반부에서 KTX에 몰래 올라탄 뒤 승무원을 물어뜯는 첫번째 감염자를 연기한 심은경은 '서울역'에서 혜선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애니메이션은 좀비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에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영화 초반 한 노숙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목을 물린 채, 역 주변에 쓰러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좀비로 변한 노숙자는 거리에서 한 여성을 물어뜯고, 결국 서울역 주변은 좀비 떼로 들끓게 된다.

'부산행'은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 대작 상업영화로 만들어져, 연상호 감독 특유의 세계관이 짙게 배어나오지 않았지만, '서울역'은 다르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전작 애니메이션에서 고수해 온 감독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인간 군상의 추악한 욕망과, 이를 부추기는 사회의 탐욕스런 속살을 여과없이 드러낸다는 얘기다. 기웅은 돈이 떨어지자 여자친구 혜선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혜선의 아버지 또한 선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부산행'에서 제대로 작동되기는 커녕 무능하게 묘사된 공권력은 '서울역'에서도 비슷하게 그려진다. 서울역 역무원과 지구대 경찰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노숙자의 말을 무시해 사태를 악화시킨다.

군대와 경찰은 좀비들에 쫓기는 사람들을 불법시위자로 간주하고, 차벽을 넘어오는 이들을 응징한다. '부산행'에서 뉴스 화면을 통해 간간이 묘사됐던, 끔찍한 지옥도 같은 상황이 '서울역'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서울역'은 '부산행'에 비해 훨씬 암울하고 절망적이다. 연상호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부산행'과 '서울역'은 공통적으로 비극적인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

국가는 개인을 보호해줄 수 없고, 개인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단위는 가족이다. 두 영화는 그런 콘셉트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서울역' 때문에 '부산행'을 만들었다는 연 감독. 곧 개봉할 '서울역'을 보면, 그게 어떤 뜻인지 명확히 드러날 듯 하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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